서로 다른 환경에서 난 누굴 뽑으려 했나

Part II - "유연함을 갖춘, 빠른 변화에 익숙한 실무전문가"

by 이상민

다이슨에서 퇴사하고 쇼피에 입사했을 때, 팀장으로서 나의 상황은 다이슨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없던 팀을 만들어 나가야만 했던 다이슨과는 달리, 쇼피는 기존의 팀이 있었고 외부에서 들어온 내가 팀장으로서 기존의 팀을 리딩해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예전의 글 20화 Team Management 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쇼피에서의 경험은 Team Management 측면에서 많은 고민이 있던 시기였고, 동시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보다 나은 리더가 될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당시 쇼피는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던 상황에서, 급격하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고,

엄청난 속도로 새로운 마켓에 진출함과 동시에, 이를 서포트하기 위한 인원을 공격적으로 채용하고 있었다.


쇼피 코리아도 예외는 아니었고,

새로운 국가에 한국 셀러들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해당 국가로의 배송과 통관을 위한 업체를 찾고, 운영 방법을 스터디해야 했으며, 동시에 늘어나는 각종 업무들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피플실에서는 다음 해 조직 구성에 대해서 보다 공격적으로 플래닝을 요청했으며,

그에 호응하여 나 역시 큰 성장을 예상하며, 적극적으로 팀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 글은, 이러한 환경에서 내가 찾고자 했던, 그리고 채용했던 팀원들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채용에 있어서 기대사항 및 채용에 대한 기준은 분명했다.


새로운 마켓 확장 과정에서, 기존의 팀원들에게 보다 큰 역할과 성장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던 나는, 신규 채용을 통해 기존 팀원들을 백업할 수 있는 - 그래서 기존의 업무를 받아서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는 팀원을 채용하고자 했다. 쇼피라는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서 영어는 필수였고, 운이 좋아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분야에 경력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경력이 있더라도, 나로서는 2가지의 질문을 더 해야만 했는데, 그 질문들은 다음과 같았다.


"본인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경력이 훨씬 짧은 리더들과 동료로서 일해본 경험, 혹은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분에게 보고해 본 적이 있나요? 있었다면,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부분이 불편했는지를 알려주세요."


"기존 회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었나요?"


첫 번째 질문은, 쇼피라는 젊은 회사에서 일하는데 감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알고 싶었기에 해야만 했던 질문이었다. 쇼피코리아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던 사람이 나였고, 나와 같이 일하는 다른 팀의 리더들은 대부분 나보다 짧게는 3년, 길게는 8년가량 경력의 차이가 나는 상황이었고, 한국 지사장님 또한 다르지 않았다. 만약 본인이 나이와 경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동료들을 무시하거나, 가르치려 든다면, 이러한 사람은 함께 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질문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이커머스 회사의 속도를 따라올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일반적인 경우에 프로젝트가 힘들어지게 되는 경우는, 1) 요청받은 리드타임이 너무 짧거나, 2) 프로젝트의 스콥과 방향성이 자주 변경되거나, 3) 유관부서들로부터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쇼피는 (=급격하게 성장하는 이커머스 회사는) 1번과 2번에 대해서 대비가 되어야만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전통적인 물류 대기업에서 지원한 분도 있었고, 제조업 물류팀에서 지원한 분도 있었고, 창업을 했던 분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기준에서 이러한 경력을 쌓아오신 분들은 쉽게 합격시키기 어려운 분들이었다.


전통적인 물류 대기업 : 상대적으로 체계적이고 업무의 구분이 명확한 환경에 익숙했다. 그러나 쇼피는 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업무의 조율 및 협의가 진행되어야 했던 곳이었다.


제조업 물류팀: 생산 관리, 창고 운영, B2B 수출에 집중하는 반면, 쇼피 물류팀은 이커머스 수출 운영, 도착국 통관 등의 역량이 중요했다. 우리가 필요한 역량은 '전통적인 SCM 효율'이 아니라,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라는 영역을 빠르게 헤쳐나갈 수 있는 유연성과 문제 해결력'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링크드인을 통해 내 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고, 괜찮은 분이 보이면 링크드인을 통해 직접 메시지를 보내서 회사와 팀에 대해 설명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화로 보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곤 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채용 노력은, 이후 쿠팡과 더파운더즈에서도 이어진다.)


최종적으로 내가 채용했던 팀원은, 외국계 포워딩 회사에서 수출 물류를 경험해 왔던,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서 충분한 적극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가 되는 친구였다.


팀에 합류한 후, 예상했던 대로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내가 퇴사한 후에도 남은 팀원들과, 그리고 나의 후임으로 승진시켰던 기존의 동료이자 새로운 팀장과 함께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전해 들었다.



만약.

지금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동일한 기준으로 팀원을 뽑으려 했을까?


많은 부분 동일하다고 생각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창업의 경험'

더파운더즈에 입사하기 전까지, 난 창업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 당시 내 관점에서 창업을 했던 분들은, "금방 퇴사해서 다시 자신의 사업을 할 분"이라고 생각했기에, 오래 같이 할 분으로 고려하지 못했다. 현재 회사인 더파운더즈에 입사하기 전까지, 난 창업했던 사람들에 대해 '회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작은 회사 하나를 만들었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온 사람'이라는 다소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매년 미친듯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고, 그 과정에서 깊은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더파운더즈에서 근무를 하며, 보다 열린 사고와 경험으로 다시 한번 돌아본 스타트업의 세계는, 수없이 많은 도전과 열정과 노력과 헌신 그리고 엄청난 유연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창업 경험이 가진 '가설을 세우고 돌파하는 능력'이야말로, 명확한 매뉴얼 없이 업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던 쇼피에서 팀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회사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고민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압도적인 데이터와 속도에 미쳐있던 쿠팡에서 로켓그로스 PM으로서 나는 또 어떤 페르소나를 가진 팀원을 찾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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