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 - "나와 닮은 사람"
이전에 썼던 글 내가 경험한 6개 회사의 일하는 방식에서 간단히 언급했듯,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던 6개 회사에서 많은 부분을 배워 왔다.
누군가의 퍼포먼스를 평가하고, 채용과 승진에 대한 직간접적 권한이 있었던,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주어야 했고, 그 사람의 퍼포먼스가 결국 나의 팀의 퍼포먼스가 되는 피플 매니징 역할을 했던 회사들은 다이슨, 쇼피, 쿠팡이었고, 이제 더파운더즈에서도 팀원을 채용하기 위해 첫 공고를 올렸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커리어의 절반은 팀원 혹은 Individual Contributor로, 나머지 절반은 팀장 혹은 People Manager로서 근무를 해온 셈이다.
그렇다면, 피플 매니저로서 근무했던 회사와 팀에서 내가 뽑고자 했던 팀원들은 모두 동일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회사의 상황이 달랐고, 팀의 상황이 달랐으며, 나의 배움 (혹은 역량) 에도 차이가 있었기에, 그에 맞는 팀원을 채용해야만 했다.
이번 글 -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글들은, 그 각각의 상황에서 피플 매니저로서의 나의 고민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첫 피플매니저 + 첫 채용 + 다이슨 한국 오피스 셋업 = 내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
피플 매니저가 되는 경우는 보통 3가지 중 하나다.
기존에 있던 팀에 새롭게 합류해서 피플 매니저가 되는 경우 - 이 경우는 다른 회사에서 이직을 해 오거나 혹은 같은 회사의 다른 팀에서 넘어오게 되는 경우다.
동료였다가 피플 매니저가 되는 경우 승진을 통해 기존 동료들을 리딩해야만 하는 경우 - 이 경우는 개인의 뛰어난 성과를 바탕으로 피플 매니저로서 승진하게 되는 경우다. 개인적으로 피플 매니저로서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케이스라고 본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팀을 만들어야 되는 경우 - 이 경우가 바로 다이슨 코리아에 입사한 나의 경우였다.
한 번도 피플 매니저 경험이 없었고, 당연히 채용 경험도 없었으며, 팀을 만들어본 경험도 없었던 나는, 다이슨 입사 시에 '피플 매니저 경험을 원한다'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어필했다. 8년 차에 접어들고 있었고, 더 성장하기 위해선 피플 매니저 경험이 필수였기에 이직 과정에서 이 부분을 지속적으로 어필했고, 입사 후 1년 후에는 피플 매니저로서 역할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구두 컨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약속한 1년이 지났고, 새롭게 Logistics Team을 만들고, 같이 일하던 동료를 첫 번째 팀원으로, 그리고 새롭게 1개 TO를 받아 채용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TO의 목표는 분명했다. Logistics 팀에서 특히 나의 리소스가 과하게 투입되고 있었던 이커머스 운영과 관련 프로젝트들을 전담으로 맡아줄 친구. 이를 위해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했고, 무엇인가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친구를 원했다. 동시에 본사 및 아태지역에 있는 다양한 유관부서들 - SCM 리더들, IT 담당자들, 인도 서비스 데스크 직원들 - 과 영어로 소통에 문제가 없어야 했기에 영어도 필수였다.
이때 인터뷰 때 반드시 했던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Please explain your company's order to cash processes in a systemic perspective."
이를 통해 그 사람의 프로세스 및 시스템적인 이해도를 파악하려고 했고, 이 과정을 영어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지 - 그래서 당장의 업무에 무리가 없는지를 파악하려 했다. 그래서 내가 이러한 실무에서 손을 떼고 충분히 위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이 질문을 통과하면, 그다음엔 그 사람의 성향을 알고 싶어 했다. 수동적으로 업무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먼저 많은 것들을 제안하고, 만들려 하고, 본인이 해당 업무를 own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친구. 그리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친구.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 첫 피플매니저로 첫 채용을 해야 했던 나는, 그리고 팀에 새로운 역할이 추가된 게 아닌, 내가 하고 있던 업무를 믿고 맡길만한 사람을 뽑으려 했기에, 무의식 중에 나와 닮은 꼴을 채용하려 하지 않았나 싶다.
많은 인터뷰 끝에 찾은 한 명의 친구는, 면접 때 너무나도 내가 기대하는 대답을 해왔고, 그로 인해 면접 중간에 미소를 감추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나중에 입사 후에 들었지만, 내 노력은 실패했다. 면접을 본 후에 돌아가서 그 친구는 "이 면접은 붙을 거 같다!"라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고.) 이후의 추가 인터뷰와 처우 협의를 거쳐서 입사한 그 친구는 내가 다이슨에서 그 친구와 함께한 2년 동안, 그리고 내가 퇴사한 후에도 다이슨에서 본인의 역량을 증명하며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만약.
지금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다른 페르소나를 가진 팀원을 뽑으려 했을까?
내가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내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팀원이 더욱 필요했을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내 결론은 '아니다'였다.
당시 내게 제일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다이슨 코리아에서 이커머스의 역할이 점차 커지면서, 이에 따른 다양한 시스템 연동 및 통합 프로젝트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났고, 이 모든 업무에 내가 직접 핸즈온 해야만 하는 것에서 오는 리소스 부족이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12시간 동안 시스템 관련 개발 미팅 + QA 시나리오 작성 + 실제 테스트 + 팔로우업 등을 몇 주째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매일의 업무 마감을 해야만 했으니, 정말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나의 이러한 리소스 부족은 회사가 진행하고자 하는 다른 이니셔티브들이 충분히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제약사항이 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팀의 미래를 위한 계획보다는, 당장 업무에 투입 가능한 경험과 역량이 있는, 신뢰할 만한 팀원이 가장 중요했고, 당시 함께했던 그 친구는, 그에 가장 적합한 인재였다고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는 급격하게 성장 및 마켓을 확장하고 있던, 그리고 나와는 전혀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팀원들이 있던 쇼피에서의 채용에 대한 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