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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n May 19. 2024

눈을 감으면

선택지는 자는 것밖에 없지요. 안 그런가요?


작년 가을부터 멀미가 심해졌습니다. 특히 차 냄새에 민감해져서 한번 차를 타면 그날부터 며칠간은 온 세상의 공기가 차 냄새와 같았습니다.


향수는 웬 말이야, 향이란 향은 모두 역해서 괜찮아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지럽고 메슥거렸습니다. 차에 타면 광적으로 잠에 들기를 시도했습니다.


간단히 될 리가 없지. 억지를 부리니 더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생각을 하려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상상을 하는 거예요!



현실뿐이던 머릿속을 비우려고만 해왔는데 전혀 다른 것으로 채우려니 이런 쪽엔 전혀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꽤나 즐거웠습니다.


무슨 상상을 했는지는 비밀입니다. 


어쨌든 잠들기까지 기다리는 것도 힘들지 않았고 마음이 편해지니 잠에도 잘 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이후로 종종 하루의 한 조각을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는 데 줘버렸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바로 몸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으니까요.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는 건 지루하니까 휴대폰을 봅니다. 아, 그전에 인공눈물을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의미 없는 것들을 봅니다.


의미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 의미 없어야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것마저도 지칠 때 그냥 눈을 감고 가만히 있습니다. 아침에는 밤과 달리 떠오르고 싶지 않은 생각이 잘 안 나서 좋습니다. ― 그래서 자기 전에 유튜브를 못 끊습니다. 생각할 틈을 내주기 싫어서요.


이때 상상을 하는 거예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네. 이것도 꿈을 꾼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의식은 있지만 완전히 깨진 않았습니다. 몽롱함은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차 안에서와는 달리 점점 의식이 선명해지면 어지러운 생각들이 정리되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의 답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때의 감각은 걸을 때나 샤워할 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신을 회복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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