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필산책(이것도 내가 지었음) 이라는 수필 모임 합평이 있는 날이었다. 남자 두 분의 수필이었는데 아버지의 해방일지 서평과 일상 속에서 발견한 몰랐던 사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각자 요즘에 관심이 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고 완성도도 있어 훈훈한 분위기에서 합평을 했다. 한 분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인데 성품이 섬세하고 다정하신 분이시다. 사실 나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에게 약한 편이라 그 분의 글을 호의적으로 보게 된다. 문우들 중에 백일백장이라고 100일동안 하루 한편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일일이 다 읽어 주시고 댓글도 늘 길게 달아주시기 때문에 글쓴이들이 늘 감동 받았다는 말을 많이 하곤한다. 사실 우리는 겉으로는 아니지만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의 요즘 화두는 관심이다. 적절한 관심은 상대의 언 마음을 녹이고 자신의 것을 더 펼칠 수 있게 힘을 준다. 합평을 마치고 차를 마시러 갔을때 왜 글을 쓰는지 질문하는 이가 있었다. 그분은 성품대로 자신의 글이 사람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하신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에 급급한 와중에 그런 것을 배려하신다니 역시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요즘 화두가 왜 글을 쓰는가 하는 생각을 하곤한다. 일기를 쓸때보다 수필을 쓰고 나니 왠지 생각이 더 정리되고 나아가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명확해 지는 느낌이다. 내가 생각지 못한 것을 쓰면서 깨달을 때도 많다. 내 안에 이런 내가 있었나 하고 발견할 때도 많다. 글쓰기를 하면서 나는 스스로 치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흩어져 있던 생각과 나 자신에 대한 앎이 모양을 잡아가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 묻게 될때 글은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아주 진지하게 내게 지난 번 수필 나목 같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으셨다. 나목은 수필 모임때마다 한두번씩은 거론되곤 하는 나의 수필이다. 사람들은 내게 왜 자연에 대한 수필을 쓰느냐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자연에 대해서만 쓰지 않는다. 다양한 소재로 썼고 발표도 했는데 사람들은 내가 자연에 대해서만 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궁금해 한다. 대체 자연에 대해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간단하게 내가 관심을 두어 왔던 아인슈타인이나 칼 세이건의 말을 빌어 그들의 생각이 좋아 좇다보니 관심이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무에 대해 내가 읽고 있는 책을 소개했더니 다들 받아적기 바쁘다. 블로그 같은 건 안하냐고 해서 브런치를 한다고 했더니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심지어 내가 마시고 있는 차 이름마저 궁금해 한다. 이게 무슨 일인지. 내가 쓴 나목도 사실 어떤 수필가가 자연에 대한 글을 철학적으로 쓴 것을 보고 나도 저렇게 써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마음 먹고 쓴 글이긴 하다. 문우들도 그때의 나와 같은 마음인가보다. 나 역시 그 수필을 쓰고 아직 제대로 된 글을 못쓰겠다. 더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 일을 경험삼아 더 이상 나도 욕심내지 말고 마음 가는대로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든 저렇든 글 속의 내가 다른 사람일 수는 없으니 무엇을 쓰던 그것은 바로 나가 아닌가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좀 더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내가 썼던 글을 뛰어넘어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버리기 어렵다. 그런 재미라도 있어야 더 잘 써지지 않을까. 여하튼 수필 모임이든 독서 모임이든 내가 환영받는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 나를 받아주는 곳.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하루종일 그것만 하는 삶도 나쁘지 않다.
그나저나 이번에 뭐에 대해 써야 하지...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