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 코트를 입을 시기인가? 산책을 하면서 나의 트렌치 코트가 생각났다. 그때도 4월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어쩌면 그 시간 그 장소에 서 있었을까. 여하튼 그렇게 마주친 이후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콘서트를 한다면 달려 갈텐데 말이다. 언제 어디서든 불쑥 나타나는 그대. ㅋ 집 앞에 수퍼에 나가더라도 풀메이크업을 해야할 것 같은 긴장된 외출. ㅋㅋ 정말 그것은 운명인 것일까. 서로를 알아본 것일까. 어쩌면 나는 그렇게 무심했는지.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20대 시절은 나에게 암흑기였다. 다들 화사하게 꽃피우는 시절. 나는 늘 우울하고 힘겨웠다. 생애 목표도 분명하지 않았고 사는 것이 매번 생존경쟁이었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내 내면에서는 넌 멋진 사람이 될 수 없어 같은 말이 늘 존재했다. 인생은 신기해서 사는 거라는 수필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이건 거의 상상 수준이다. 내일은 또 무슨 신비한 일이 벌어질지. 기대되는 하루하루다. 근데 나의 목표는 지금도 명확치 않다. 이것이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