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성연아 선생님의 그림책 테라피가 있는 날. 오늘은 철학을 주제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런 만큼 자신이 생각하는 나, 나의 단점, 최근 생각의 변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늘 이야기의 시작은 스토아 학파를 언급하면서 시작되었다. 자칭 타칭 나의 생각을 말하다 내가 스토아 학파인걸 알게 된 나는 내심 반가웠다. 왜 나를 이야기할 때 인생을 이야기할 때 스토아 학파가 등장할까 스토아 학파에 대한 책을 사서 보았는데 아직 다 읽지는 못해서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물 흐르는 대로 사는 것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과거 결혼 전의 나와 이후의 나에 대한 자아분열을 경험하고 있는 시기라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결혼 전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나 음악 등에 대한 관심 대신 현모양처를 꿈꾸며 여기까지 오게 된 나. 이전의 나는 완전히 사라지고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내 깊은 마음 속에 영화나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들어 유튜브에서 내가 좋아했던 영화의 소개나 음악 뮤지컬 커튼콜 장면만 봐도 자꾸 울컥한다. 너무 오래 내가 한때 좋아했던 것을 잊고 그것이 다른 육아나 살림으로 대체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최고로 높아져 있을 때 영화나 뮤지컬을 통해 세상에 대해 알게 된 나는 아직도 환상 속에 나의 세계를 구축해 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 앞에 현실은 암담했지만 영사기 속의 세상은 내게 호기심과 환상을 불러 일으켰고 좀 더 멋진 세상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희망을 불러 일으켰다. 현실에서는 끝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꿈과 환상의 나라. 영화를 꿈의 공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너무 많이 알아서 영화를 보더라도 저건 말도 안돼. 라는 말을 하게 된다. 세상에 불가능한 것이 있다고 믿게 된 나는 영화 속에 나오는 신박한 해결책에 동의하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나에겐 천리안이 아니라 아이 같은 순수함이 필요하다. 문제는 요즘 개봉하는 영화가 내 흥미를 별로 끌지 못하는 것도 있다. 차라리 어벤져스가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청춘 속에 있던 영화에 대한 과장된 그리움 때문일까. 나는 옛날 영화가 좋다. 치고 박고 싸우거나 세상을 비관하는 영화도 이제는 별로다. 삶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영화가 좋다. 아름다움에는 비극도 희극도 존재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영화가 좋다. 사람들은 이제 아이도 어느정도 키워놓고 그런 생각이 들 나이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잘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 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 좀 긴장이 되기도 한다. 영화로 따지자면 클라이막스를 지나 결말로 향하는 시기인 것 같으니 말이다. 멋진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될까. 꼭 그래야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목적없는 여행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의 말에 어느 정도 동감을 하면서 그럼 나는? 이란 질문을 하게 된다. 유유자적한 나의 삶이 나쁘지는 않다. 나는 나의 삶을 이해받고 싶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