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by leaves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그간 비가 와서 걷지 못했던 안양천을 찾았다. 풀과 나무들은 한층 무성해져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살랑 불어오고 해는 잠깐 구름뒤에 숨어 있었다. 그간 너무 더워서 비가 와서 산책을 안했는데 강가는 어디서 숨어 있다 나왔는지 노란 나비가 팔랑 거리며 꽃 사이를 날아 다닌다. 전에는 개망초가 그렇게 많이 피어 있는지 몰랐는데 오늘 보니 강가를 뒤덮고 있었다. 한때 숲을 다니며 꽃이름을 익혔던 때가 떠올랐다. 자연학교가 시작하는 3월 초 눈 싸인 숲 사이를 탐험하듯 다니며 도룡뇽알도 찾아보고 새소리도 듣곤 했다. 그때는 그 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게 그렇게 좋은 줄 이제야 더 느낀다. 오랜만에 찾은 강가의 풀들과 나무들은 전혀 무해한 존재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그만 마음이 편안해져 미소가 절로 나온다. 비에 불어난 강물에도 인사하면서 보니 누가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물결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비가 온다고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양이 많이 줄은 것 같다. 강물도 많이 불어났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물이 많지 않아 그곳에 사는 물고기들이 걱정되었다. 길을 걷다 놀라운 발견을 했다. 자라 한마리가 아스팔트 길 위를 횡단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걸어온 것일까. 왠지 물가에 넣어주어야 할 것 같았는데 만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두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자라가 물에 살았던가 물가에 살았던가. 잘 모르겠다. 습기가 느껴지는 공기는 언제 또 한차례 비가 닥칠 것만 같다. 이어폰을 가져가지 않아 음악을 듣지 못했다. 그래도 오랜만이어서 인지 구경할게 너무 많았고 모두다 반가웠다. 나를 기쁘게 맞이해 주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자연을 느낄 때면 나는 언제나 칭찬받을 일을 한 것처럼 기분이 좋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마도 예전 숲동이 시절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언제든지 나를 기쁘게 맞이하는 존재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자연은 정말 영험한 존재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를 장식하는 관목을 정리하는 경비아저씨를 보았다. 정성을 들여 네모나게 관목을 다듬고 계셨다. 그게 예쁜지는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튀어나오면 안될 것처럼 가지런히 정리된 관목들. 왜 나는 아무렇게나 자란 풀들이 더 예쁜건지. 알록달록한 것을 좋아하는 게 나만의 취향인지 모르겠다. 사진으로 찍었을 때 그 소담한 아름다움이 다 담기지 않아 아쉽다. 날씨가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정말 산책하기 좋은 날씨. 바쁜 하루였지만 그래서 더욱 보람된 하루였다. 내일 날씨는 어떨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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