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내가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한다. 내가 원하는대로 아귀가 들어맞을 때 내 주변이 점점 나에게 맞춰줘서 내가 생활하는 게 편리해 질때. 누군가 나를 지켜보면서 티나지 않게 내 위주로 나의 마을을 셋팅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오늘 오랜만에 그림책 테라피 정기수업을 들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한번 들었던 수업은 양보를 해야하기도 하지만 집 바로 옆 도서관이고 정기 수업을 들은지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당연히 나의 지인이었다. 수업 내내 그녀는 아는 척을 안하려고 애를 썼지만 수업이 끝나자 예상치 못한 방문에 너무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당달아 나도 좀더 행복해 졌다. 수업 후 나는 곧바로 그림책 일러스트 수업이 있어서 차 한잔 못했지만 다음 번엔 아침일찍 만나서 근처 카페에서 차를 한잔 하기로 했다. 나 말고 또한명의 멤버가 있었는데 자신도 나처럼 선생님이 좋아하실까 하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연이은 수업으로 점심도 못먹을 처지였는데 마침 그녀도 나와 같이 그림책일러스트 수업에 신청한 상태라 도서관 근처에서 김밥을 사먹기로 했다. 마침 그 도서관은 그녀 집 옆이어서 맛난 김밥집을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김밥을 먹으니 또 행복해졌다. 혼자 오는 수업이 아니라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크레파스로 마크 로스코의 그림 같은 걸 색칠하고 나니 시간이 훌쩍 가있었다. 마크 로스코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인데 내가 마치 그의 그림 같은 걸 그리게 되었다. 수업의 주제가 그라데이션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림 수업 선생님이 깔아놓은 배경음악이 눈에 띄였다. 내가 좋아하는 랜덤음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취향과 같다는게 신기했다. 수업을 마치고 다시 김밥집에 들러 아이에게 먹일 김밥을 사가지고 버스를 타러 갔다. 그 버스는 자주 오는게 아니어서 눈 앞에서 지나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기다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 우리 동네 참새방앗간인 무인 아이스크림집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이렇게 완벽한 외출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상상력 이상으로 모든 것이 갖추어진 하루. 거기다 그대의 사랑고백까지.ㅋ 누군가 인공위성으로 나를 지켜보며 나의 선택지를 만들어 놓는 것 같다. 이런 소재로 동화를 써도 괜찮을 듯. 아마도 지켜보는 이들은 천사가 아닐까. 의외의 선택을 할 때마다 나의 정체가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 재밌을 것 같다. 이제 남은 하루는 어떤 퍼즐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내 상상보다 더 흥미로운 일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