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던 태양이 점점 멀어지고 있나보다. 집안에 있는데도 서늘해서 옷을 껴입게 된다. 오늘도 가벼운 산책을 하며 가을이 오는 것을 느꼈다. 걷기에는 정말 좋은 날씨다. 코스가 짧아 아쉬웠다. 전에는 혼자 산책하는게 좀 쓸쓸했다. 그런데 점점 혼자하는 산책의 맛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보폭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강박없이 온전히 내 안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점점 잡념이 많이 없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원래라면 오늘 성경모임이 있어야 하지만 마르코 복음이 끝나고 3월이나 되어야 성경모임이 열린다. 요한복음을 하게 되는데 다른 성경에 비해 숙제도 많고 수녀님이 직접 가르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좀 부담이 되긴 하지만 내겐 미사를 보는 것만큼 평화를 주는 시간이다. 내 영혼에게 내어주는 시간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외의 시간에 나는 돈을 벌고 글을 쓰고 집안일을 하며 세속적인 일들에 내 시간을 쓰게 되는데 미사시간이나 성경모임 시간은 내 영혼에게 지혜와 평화를 주는 시간으로 여겨진다. 전에는 평일미사를 나가지 않았지만 내 내면이 불안정했을때 평일미사를 가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할머니나 엄마가 매일 미사를 가고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아서 그런지 노년은 성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달라진 것은 물론 나 자신이다. 전에는 만사가 귀찮았다. 성경모임도 단순히 지적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내 영혼을 평화롭게 한다는 것을 느끼고 그런 시간을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어디에도 내 불안과 우울을 토로할 수 없을 때 하느님께 기대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은 나에게 기대 이상의 신비를 보여 주셨다. 내가 외로울까봐 내가 걱정할까봐 그때그때 내게 필요한 것을 당신의 방식으로 주신다. 그것은 내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어서 나는 늘 기대하게 된다. 무언가 세속적인 것이 아닌 영적인 것에 도움이 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신이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속세에 물들지 않게 영원히 존재할 내 영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나에겐 더이상 바쁜 일도 없고 큰 욕심도 없다. 내 영혼이 지치거나 상처받지 않게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내면이 기쁜 일들을 만드는게 내 새로움 목표다. 올한해도 별일없이 보낼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좀 더 단단한 내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