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

by leaves

오랜만에 가을을 즐기러 수목원에 다녀왔다. 세계 각지에서 사는 식물들을 모아놓은 온실부터 가을가을한 느낌을 주는 야외까지 하나하나 볼거리가 많았다. 아직 단풍이 들진 않아서 초록의 느낌이었다. 아마도 나름대로 겨울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식물도 이렇게 쉼을 갖는데 인간도 계절에 맞춰 쉼을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을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신비하기까지 하지만 부러움도 크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겨울을 나고 내년 봄이면 다시 새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나이가 들 뿐이고 병들거나 죽기를 기다리는 신세가 아닐까. 요즘들어 메이크업에 관련된 동영상을 많이 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나이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봤자 죽기 전까지 나는 계속 나이를 먹을 것이고 내 모든 기능들은 젊은시절만 못할 것이다. 내년 봄에 내가 다시 청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에 대한 노하우는 그대로 지니고 내 육체만 젊어진다면. 사람이 죽어서 천국에 가면 나이든 모습이 아니라 젊은 시절 모습이 된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왠지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다. 자신이 가장 아름다웠을 때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천국에 가면 모든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되고 몸과 마음의 상처도 없고 슬픈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사실 우리는 천국에 가고 싶고 이번 생이 끝이기를 원하지 않지만 천국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다.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아름답게 살다 죽기를 원하지만 죽음 이후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은 의외다. 만약 정말 이번 생이 마지막이라면 삶에 대한 태도도 좀 다를까. 환생이라고 하는 다시 테어남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천국이 좋다면 천국에 남기를 원할텐데 환생은 하나의 징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에서의 삶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온실을 걸었을때 허브향이 많이 나서 걷는 것이 즐거웠다. 존재 자체로 희망을 주고 부러움을 사는 식물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정해진 곳에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아마도 아쉬운 점일 것이다. 식물들은 나에게 늘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다. 과거의 언젠가 우리는 하나였을 것이다. 나는 식물보다 왜 인간을 택한 것일까. 꼭 무언가로 태어나지 않아도 좋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삶을 아름답게 사는 지혜를 갖고 싶다. 난 아직도 쓸데없이 과거에 집착하고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할 때가 있다.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가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가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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