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자마자 베란다로 달려가 보니 역시, 세상은 온통 은빛이었다. 나는 옷장에서 털이 달린 하얀 패딩을 꺼냈다. 눈과 조금이라도 닮고 싶었다. 이런 날, 카페에 앉아 눈구경이나 실컷했으면... 그런 생각이 잠기다 지인과 카톡을 했다. 지인 역시 같은 마음이었는지 우린 눈이 잘 보이는 예술공원에 가서 차를 한잔 하기로 했다. 펑펑 내리는 눈이 쌓인 만큼 마음안에 풍선 하나가 들어 있어서 나를 하늘로 끌어 올리는 것 같았다. 사진을 찍다 누군가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적어도 지금만큼만 아름다워 질 수 없는지. 이런 흰눈을 보고도 내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춥고 어둡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슬펐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아름다워질까. 흰눈을 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 아름다움도 한때. 눈은 집으로 가져올 수도 액자에 넣을 수도 없다. 그렇게 소멸하는 것이 눈 뿐이랴. 소멸하기 전에 나는 어떤 모양을 가질지 선택할 수 있다면 좋겠다. 눈부신 흰색. 모두 같은 색을 띌 수 있다는 것이 왠지 놀랍게 느껴진다. 살아오면서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사람은 모두 다 다르다. 나처럼 단순한 사람은 세상 돌아가는 많은 것이 이해가 안간다. 그래서 나는 자꾸 아래로 침잠할 수 밖에 없나보다. 내가 원하는 낭만적인 하루조차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 나는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