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하루

by leaves

남쪽으로 내려왔더니 여긴 이미 봄이다. 외투를 걸치지 않아도 하나도 춥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저기 꽃들이 피어 추운 겨울 속에 있던 어제가 꿈 같다. 봄이 오길 그렇게 기다렸는데 비행기만 타면 봄을 볼 수 있다니. 작년에 제주도를 왔을때는 사실 바람이 거세고 너무 추웠다. 내가 날씨의 행운을 누리고 있는 것인지. 사실 그래서 일정도 오늘은 따스한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내일은 아쿠아리움에 가는 등 추운 데서 돌아다니지 않게 일정을 짰다. 오늘 택시기사님은 날이 이렇게 풀렸는데 한라산이라도 가지 왜 숙소에 일찍 가냐고 하신다. 아이도 내내 한라산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그 높은 산을 어떻게 올라가냐며 손사레를 쳤다. 그런데 아저씨 말씀이 차가 중턱까지 올라 갈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많이들 모른다고 하신다. 이번 일정은 빠듯해서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제주도 어디서나 보이는 설산이 설레게 하기도 한다. 아직 윗부분에는 눈이 녹지 않아 아마 산에 간다면 겨울산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곳이 화산섬이라는 것을 잊게 만든다. 어떻게 화산섬에서 나무와 생물이 생겨날 수 있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마도 화산활동이 활발해서 이렇게 큰 섬을 이루었을텐데 육지에 있는 생물들이 어떻게 이곳에도 생기게 되었을까. 신비의 중심으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도 절물휴양림, 비자림, 사려니숲, 곳자왈 등 다양한 제주의 숲을 다녔는데 육지보다 더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이번에는 숲에 들를 시간이 없어서 아쉽다. 올해 또 다시 오게 된다면 한라산이나 숲을 더 둘러보고 싶다. 어떻게 하다보니 1년에 한번은 제주도에 들르게 되었다. 아이는 자신의 제2의 고향같다고 말해 나를 웃게 했다. 왠지 자꾸 이곳에 오고 싶다는 것이다. 이곳에서의 기억이 모두 좋았다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여름에 협재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며 여름을 보냈던 기억이며 사춘기가 한창일때 이곳을 찾았던 일이며 우리에겐 그야말로 치유의 섬이다. 겨울방학이 길고 성수기도 아니어서 겨울에 오게 되는데 호텔 수영장 물이 따뜻하다는 사실을 알고 신라호텔을 찾게 된다. 전에는 무조건 비싸다는 생각이었는데 다른 펜션 같은데랑 비교하니 성수기가 아니면 비용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수영을 하기 위해 이곳에 들른다. 수영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곳이다. 숙소도 넓고 아늑하다. 나도 활동적인 사람은 아니어서 여행일정을 짜고 주도해 가는게 버겁게 느껴졌는데 매년 오다보니 익숙한 부분이 생겨 이제는 좀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제주도 만큼은 이제 부담없이 찾게 되지 않을까 한다. 내일은 아이가 좋아하는 강아지가 있는 숙소에 간다. 그곳도 3번 정도 방문하게 되었다. 강아지에게 줄 간식을 사가지고 만날 날을 기다린다. 이렇게 하나둘 우리가 찾을 이유가 생기는 곳들이 늘고 있다. 이 휴식이 나의 일상에 어떤 동력이 될지 궁금하다. 2박3일이라는 너무 짧은 기간이지만 그렇게라도 움직여 본다는게 의미가 있다. 일이란 무엇인지 휴식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여행을 많이 하면 나도 달라질 수 있을까. 나에게 새로운 미래가 찾아올까. 궁금하다. 앞으로 여행을 더 많이 하고 싶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ㅋㅋ 나의 경우 아주 모르는 곳보다 조금이라도 아는 곳이 낯설음을 방지하는 길이다. 올해는 나만의 즐거움을 찾아서 눈의 띄는 일을 해봐야겠다. 나는 어떤 것에 즐거워하는지 그런 것들을 알아보고 싶다. 왠지 여름에도 또 올 것 같은 예감... 그때는 더 많은 곳을 누비고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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