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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

by leaves

내 주위엔 나랑 나이가 같거나 한두살 차이인데도 머리 전체가 흰머리인 경우들이 있다. 사실 난 염색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흰머리가 나도 그냥 두고 있다. 하지만 내 나이 즈음에 전체가 흰머리라면 나도 고민이 될 것 같다. 처음엔 노안으로 놀라고 그 다음엔 흰머리로 놀란다. 나이가 든다는 게 어떤건지 몰랐기 때문이다. 처음엔 흰머리가 한두가닥 생기면 무조건 뽑았다. 그런데 이제 새로 나는 머리가 흰머리인 경우가 많고 소중한 머리를 무턱대고 뽑아 버리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노화에 대해 놀라는 건 내 생각이나 마음이 나이들 준비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난 내 나이도 정확히 모를때가 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 눈이 먼처 퇴화한다는게 왠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돋보기는 쓰지 않는다. 가까이 가면 잘 보이기 때문이다. 근데 벌써 내 주위 사람들은 무언가를 읽어야 할 때 "아이고, 노안이라서..." 라는 말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외모에 신경쓰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놀라운 일 중 하나는 나보다 한살 많은 스위스 사는 선배언니가 전체를 덮은 흰머리채로 지내는데 너무 멋있다는 점이다. 흰머리가 아니라 은발같은 머리색이 세상 만사를 초월하여 나이든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노화를 멋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내 흰머리가 예쁘게 자랐다고 해주는 사람도 있다. 감사하게도. 하지만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다. 원래 안경을 끼고 살았기에 안경을 끼는 것은 별일이 아닌데 흰머리는 정말 고민거리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아마도 나의 이런 심경을 이해할 것이다. 아마도. ㅋ 내 인생은 아직 시작도 안한 것 같은데 무대 위 커튼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어떻게 해야 내 인생을 잘 살았고 잘 마무리 했다고 생각할까. 올해는 정말 뭔가 나 자신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흰머리는 나를 재촉한다. 나의 정체성에 대해 알아가라고. 진짜 너의 모습은 무엇인지 알아가라고. 노안과 흰머리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다시 검은 머리가 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다들 놀라겠지? ㅋ 아직은 셀 수 있을 만큼의 흰머리이지만 언젠가 흰머리가 나를 이길지도 모르겠다. 나이드는 것에 대해 무심한 줄 알았던 나 자신이 외모에 있어서 이렇게 신경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ㅋ 하루라도 더 젊은 모습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흰머리라도 괜찮을라나. ㅋㅋ 흰머리가 아름다울 그런 나이가 오겠지. 내가 어쩔 수 없이 승복해야 하는... 조금 슬프고 우울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지만 그래도 나를 사랑해 주는 이가 있다면 상관없겠지?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일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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