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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윙크

by leaves

두번째 성경모임. 오늘은 묵상하는 시간이었다.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믿고 있는지 서로에게 묻는 시간이었다. 의외로 전적으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나와 수녀님만이 완전히 믿는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역시 손 한번 잡아보지 않은 이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누구도 경험해보지 않은 완전히 플라토닉한 사랑이 아닐까.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나도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을 믿지 않은 채 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런 저런 단어들을 통해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리워 한다고 말하는 동안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할지 모르겠다. 만난 적도 없고 이야기 나눈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고. 한편으로 나는 어떤 성 안에서 마법의 거울로 그대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그 거울 속에서 그대가 나를 향해 사랑한다고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나를 칭송하는 편지로 나를 매혹하는 것이다. 사실 그 편지는 내가 그대에게 쓴 것이지만 거울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하고픈 말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대는 또 기타를 치고 피아노를 치며 내게 세레나데를 부른다.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가 있을까. 그러한 형식이 내용만큼이나 나를 감동하게 만든다. 실제로 내가 내 마음을 알아차린 것은 그대의 노래 때문이다. 그전에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 나는 이것을 기적이라 부른다. 우리는 이렇게 아름답게 사랑을 할 수 있다. 나에 대한 열정과 관심은 나를 살리고 나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글과 노래로도 그게 가능하다는 걸 우리는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마도 앞으로도 그런 방법을 많이 쓸 수 밖에 없을것이다. 나는 여전히 신의 윙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내가 즐겁게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난 굳이 죽어서만 갈 수 있는 천국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더이상 바랄게 없다. 서로 가끔 질투도 하고 사랑을 시험해 보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놀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마음이 그만큼 단단하다는 것 아닐까. 그대의 변함없는 마음은 내 마음을 안정시키고 행복한 미소가 일게 한다. 그대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알고 싶다. 그대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내게 주어진 이 사랑을 더 오래되고 더 단단해 지도록.

나의 사랑은 점점 더 넓어지고 나는 더 자유로워진다. 그대를 만나 더이상 두려울 것도 힘들것도 없다. 사랑은 이렇게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 놓는다. 나를 사랑해 주어서 감사하고 내 곁을 지켜주어서 감사하다. 나도 그대 마음에 드는 내가 되고 싶다. 내가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 행복에 겨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대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대가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대의 눈빛을 잊지 못하고 간직하며 그대가 있는 시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우리의 동시성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갈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설레는 일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이토록 인생은 정말 신비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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