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3-4시 쯤 온다고 해서 일찍 산책을 나섰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우산을 가져가서 비를 맞지는 않았다. 문득 <폭풍우치는 밤>에라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어두운 밤 폭풍우를 피해 들어간 곳에서 마주하게된 염소와 늑대는 캄캄한 어둠때문에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채 대화를 나눈다. 마치 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만난 적없이 글로만 이야기를 나누니 진짜 서로의 모습은 알지 못할 테니 말이다. 나누는 글 속에서 서로에 대한 느낌만 알 뿐이다. 우리는 정말 염소와 늑대일까. ㅋㅋ 그림책에서의 대화는 정말 절묘하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채 선을 넘나드는 대화가 위태해 보이지만 서로 눈치채지 못한다. 이런 긴장감 있는 이야기도 좋다. 요즘은 웃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티브이에서 좀 웃겨 줬으면 좋겠다. 요즘 티브이는 정말 독특한 사람들이 나와서 에전과 좀 달라보인다. 진짜 자기 개성이 강한 사람들을 사람들이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나처럼 재미없는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ㅋㅋ 이번에 난감했던 일 한가지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는데 서고에 있는 책이어서 사서가 직접 찾아서 주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에리히 프롬 버전이 아니라 야한 버전의 사랑의 기술이었던 것이었다.
사서가 좀 웃지 않았을까. 반납도 늦게 해서 그 책에 심취한 사람처럼 보였을 것 같다. ㅋㅋ 반납할 때도 왠지 부끄러웠다. ㅋㅋ
세네카의 말처럼 폭풍우 속에서 춤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외적인 것들이 우리를 두렵게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 바람대로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과정이 흥미롭다.지금보다 몇배는 그럴듯 하다. 그 폭풍에 내가 날아가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늘처럼 우산이 필요할 수도 있고 빠른 걸음을 채촉해야 할 수도 있다. 현명한 그대를 믿는다. 서로의 믿음이 우리를 구원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