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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

by leaves

봄 다음은 여름인데 마치 겨울이 올 것만 같다. 매번 도서관에서 글공부를 배우다가 캘리그라피랑 어반스케치를 배우게 되니 새롭다. 그림은 내게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전에도 그림을 배운 적이 있지만 스케치는 늘 어렵다. 거기다 채색은 물감이 내 마음에 들게 나와야 하는데 기초가 없으니 머리가 아프다. 선생님들은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일단 해보는 거다. 그러면 언젠가 이거다 싶은 순간이 올 거라는 식이다. 아침에 수업을 갔다가 일을 하고 성경숙제를 한다. 그림도 연습해야 하는데 벌써 지친다. 다들 이렇게 바쁘게 보내나? 그래도 내겐 이런 스케줄이 맞는다. 아니면 일에 집착하거나 글이 안써진다고 절망하고 있을 거다. 그렇게 억지로 밖에 나가 꽃이라도 보고 햇살이라도 쐬면 하루가 괜찮아진다. 선생님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그려보라고 하신다. 너무 많아서 어디를 해야할지. 어반 스케치니 유명한 건물 위주로 그려보길 권하신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릴 줄 안다면 왠지 자유로운 기분이 될 것 같다. 뭐든 연습하면 는다는게 신기하다. 선생님은 날 더러 채색을 어디서 배운 것 같다고 하신다.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나도 재주가 있는 건가? 타인의 칭찬에 너무 기대는 건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칭찬은 좋다. 선생님은 손수건에 그림을 그려 선물을 한다고 하신다. 예전에 손수건에다 꽃과 잎을 놓고 눌러서 염색을 한 기억이 났다.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이번 주말은 날씨가 어떨지. 자꾸 미루다 꽃이 다 지고 있다. 아쉬운 마음으로 1년을 보내게 될까. 이번 봄은 너무 춥다. 아니면 너무 덥거나. 숲이 없어지거나 하진 않겠지. 언제나 거기 그렇게 있어주어서 감사하다. 언젠가 보러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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