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취향

by leaves

도서관에서 과월호 잡지를 준다기에 받아서 오랜만에 씨네21을 읽었다. 영화일을 할 때는 매번 정독하는 잡지였고 잡지에 쓰인 문체를 연습해서 보도자료를 쓰기도 했다. 그런 내가 이제는 영화도 잘 보지 않고 그와 관련된 방송이나 책 같은 것도 잘 읽지 않는다.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도 있어서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가긴 하지만 누가 나와 영화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할 일이야가 별로 없을 것 같다. 다만 한 때 좋아했던 영화들을 보니 한때 스릴러나 액션영화를 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전 영화들을 좋아하고 낭만적인 영화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모임을 하는데 어떤 자매님이 자신은 오징어게임이나 더글로리 같은 것은 못보겠더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도 격하게 공감을 했다. 그 내용만 슬쩍 들었는데도 나는 물론 아이까지 그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못하게 했다. 지향점없이 잔인한 것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굳이 보고 싶지 않고 그 자극을 나에게 남기기 싫기 때문이다. 인간은 왜 영화를 만드는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대입하여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내는 것.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한다. 또 타인에 대한 관심도 한몫할 것이다. 예전엔 나도 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그 영화의 주인공처럼 옷을 입고 싶고 따라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지금도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다. 분명 타인의 취향이지만 왠지 끌리는 취향이 있다. 요즘 나에게 물어본다. 맨날 심심해 하면서 넷플릭스를 보지 않는 이유는? 영화보다 현실에 충실하기 위해서? 영화보다 영화같은 현실에 살고 있어서? ㅋㅋ 한때 열광했던 배우들이 등장하면 한번쯤 그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에전같지는 않다. 나는 그저 기다린다. 내가 볼만한 영화가 나오기를... 예전에는 영화하면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 나에게 그런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의 열정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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