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생각

by leaves

아까시 향기가 진하게 나던 초여름. 그 향기가 그렇게 반가웠던 데는 이유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 교실 앞 언덕은 온통 아까시 나무였다. 꽃이 피면 그 향기가 교실 안을 꽉 채웠고 우리는 그 향기를 맡으며 수업을 들었다. 그 언덕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이면 올라 수다를 떠는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가난한 형편에 김치 하나만 가지고도 맛잇는 점심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내 역할에 충실했다. 학생이니 공부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도서부니 도서관에서 책읽기에 몰두했다. 그런 하나하나가 나를 미지의 어떤 세꼐로 데려다 줄 것이라 믿었다. 야자시간은 친구와 몰래 학교 욕상에 올라가 아현동 산동네를 내려다 보곤 했다 깜깜한 밤 영네 불빛은 우리를 따스히 맞아 주었다. 나는 그때 무슨 꿈을 꾸었을까. 사실 신문방송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유명 학교에 이미 많은 과이기에 변별력이 없을 거라 생각해 전공을 바꾸었다. 하지만 과는 나의 적성에 맞지 않았고 학교생활도 내 생각과 달랐다. 그때가 사춘기라면 내 사춘기였을 것이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서성대던 나의 가장 혹독한 시절. 아까시 향기가 그립다. 어떤 꿈이든 꿀 수 있었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남아있는... 내가 가장 사랑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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