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by leaves

문태준 시인의 산문집을 읽다가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책이 계절별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감상을 모아 놓은 것이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보내며 가을을 기다리게 된다는 말. 이제 가을이 왔으니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가을이라는 계절을 몰랐다면 그리고 곧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나는 좀 달라졌을까. 담쟁이 덩굴 무성한 산책길을 따라 가며 '마음'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마음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다른 걸까. 심장 부근에 있는 것일까.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새삼스레 와닿는지. 무조건 외부에서 나를 즐겁게 해줄 일이 있어야 즐겁고 행복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내게 이제는 그 믿음이 잘 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평범하게 아침, 점심, 저녁을 보내는 나를 사람들이 본다면 그렇게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아 보일 것이다. 이전에 나를 떠올려보면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할 수도 있었던 일을 너무나 고통스럽게 여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왜 맨날 힘들다고만 생각했을까. 주변 상황이 더 나아진다고 더 행복해졌을까. 그건 마음의 문제가 아닐까.

전 같으면 이렇게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외롭다는 말만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일과를 마치고 산책이나 운동을 하고 맛난 점심을 먹고 가족들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래야 마땅하다.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객관적으로 불행한 사람들은 넘쳐 난다. 비굑급이어선 안되겠지만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감사드린다. 아무것도 없는 내게 이런 풍성한 하루 멋진 계절을 만나게 해주셨으니 말이다. 아이에게 조언하기 위해 보는 유튜브들에서 사람들이 꿈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내면의 힘을 끌어 올리는 것은 목표의식과 희망이다.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또 자주 나는 무너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보다는 빨리 일어서고 정말 내가 힘들어할만한 상황인지 체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힘들다고 무조건 의지하려는 마음보다 그것에서 벗어나 세상의 다양한 면 즉 더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가 내가 바라던 그곳에 가 있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 오늘은 희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오늘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며 축복인줄 알겠다. 이 가을이 가는 게 아쉽다. 겨울이 오기 전 이 날씨와 기분을 많이 즐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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