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모임

by leaves

오늘 성경모임에서 수녀님이 피정을 가자고 말씀하셨다. 추천하신 곳은 왜관에 있는 수도원이다. 수녀님이 좋아하시는 곳으로 패쇄수도원인데 1박 2일 간 머무룰 수 있게 되었다. 그 공간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시며 들떠하시는 수녀님을 보니 먼 길이지만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친척 중에 수녀님과 신부님이 계시지만 아직도 성직자라고 하면 그저 존경하는 마음이고 가깝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나도 한때 사춘기를 겪으며 수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수녀원을 찾아 간 적이 있었다. 그 결심은 단단하지 못해서 금방 사그라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성직자와 맞지 않고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 누구보다 세속적인 것을 좋아했고 그런 세상에서 오랫동안 몸과 영혼을 다했었다. 그 당시에는 성당에 미사도 가지 않은 냉담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야말로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가 나선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질투와 선망, 욕심과 욕망 그 한가운데 있었다. 그때만 해도 그게 나의 길이라 생각했고 그 길에 충실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는 그것들과 어울리지 않았고 내가 무엇을 향해 가는지 스스로도 답할 수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깨달음이 온 것일까. 이제는 성직자 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더이상 잃을 것도 없고 오직 신을 향한 믿음만이 중요한 세계. 무엇보다 그 사이에는 평화가 있다. 물론 성당도 작지만 그 나름의 세계가 있고 수많은 이해관계가 있다. 그것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될 것들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결국 신의 아들 딸이 되어 그 뜻을 이어받는 것이다. 선의 하느님이시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시는 하느님이시기에 우리는 그 뜻을 알아가기를 원한다. 하느님은 믿으면 곧 그 자식이 된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널리 알리라고 말씀하신다. 바로 선(善)이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하신 분. 내 안에 평화를 만들어주시는 분. 그래서 나에겐 종교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것들을 주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피정은 감상하고 묵상하는 시간으로 편하게 다녀오려고 한다. 어떤 것을 보고 들을지 모르겠지만 잠시나마 수도 생활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해 볼 기회가 될 것 같다. 앞으로 내게 평화로운 일들이 일어나기만을 바라며 오늘도 이 평화로운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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