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by leaves

매번 지나치던 나무가 감나무라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나뭇잎만 보고서 무슨 나무인지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게는 어려운 일이다. 봄이면 가장 먼저 노란꽃을 피우는 산수유도 붉고 탐스런 열매를 맺었다. 한개 따서 먹어보니 시고 떯어 얼굴이 찡그려 진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면 신이 나를 비추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렇게 자연은 내 가까이 있다. 요즘은 유튜브를 봐도 자연 속에서 사는 여성들에 대한 동영상을 본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초 하나를 켜놓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바깥에 비가 내리면 실내는 더욱 아늑한 공간이 된다. 특히 가을은 풍성하고 아름답다. 오트밀에 베리류를 섞고 커피를 내리고 그 과정조차 자연의 일부처럼 여겨진다. 서로에게 무해한 존재로.

올해는 꽃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벌써 가을이라니. 아니 겨울인가.

눈이라도 와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되는 마법을 빨리 보고 싶다. 눈냄새와 눈을 밟는 소리... 모두 그리운 것들이다.

올해는 에세이를 좀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소설은 손에 꼽는다. 시인의 수필을 읽으니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 살아있는 문장과 감수성이 부러웠다. 에세이는 정독하기보다 그때그때 눈에 들어오는 제목을 보고 읽게 된다. 그 읽는 시간이 위안이 되었다.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것들이 별 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자연을 이렇게 대하는 거구나, 사랑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직 사랑에 대해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 내 마음안에 들여야 할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그저 구름위에 있었던 시간이 있었는데 왜 그게 계속 될 수 없는 것인지. 우리가 신이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일까. 우리는 너무나 나약하고 구원받기를 원한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평온함은 이 세상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것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어리석은 일일 수도. 사랑은 내가 내 얼굴을 보는 행위를 즐겁게 했다. 사랑받고 있다는 그 느낌이 나를 살린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아마도 우연은 그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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