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1월을 편애한다' 한 작가의 말이다. 아마도 그는 시인일 것이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일테니 말이다. 나에게 11월은 어찌할 수 없는 쓸쓸함을 주는 달. 이런 환절기를 나는 것이 쉽지 않다. 내 기분이 날씨에 따라 오르내리는 걸 봐야 하기 때문이다. 비좁은 내 방에서 탈출을 꿈꾸지만 바깥은 추운 겨울. 해가 멀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해가 나의 기분을 좌우한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린 나무와 다름없는 생명체니까.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에 따르면 "인간은 겉보기에 나무와 뚜렷하게 다르다. 의심할 여지없이 인간은 나무와는 다른 양식으로 세상을 인지한다. 그러나 생명 현상의 핵심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분자 수준에서 나무와 인간은 근본적으로 같은 화학 반응을 통하여 생명 활동을 영위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세대의 유전 형질을 다음 세대로 전하기 위하여 핵산을 사용하는 점은 나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고 세포 내의 화학 반응을 조절하는 효소로서 단백질을 이용하는 점도 같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핵산 정보를 단백질 정보로 바꾸는 데 나무와 사람이 동일한 설계도를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 있어서 지상의 모든 생물들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고 한다.
내가 별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나는 나무가 지상에서 가장 신비한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계절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켜 살아남는 지혜를 가지고 있고 그 안에서 매해 봄 새로운 잎과 꽃을 피운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그것은 하나의 희망이자 기적이다. 마른 나무가지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것들을 피워낼 수 있다니. 때로 외롭고 고독해 보여도 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마도 나보다 외롭지는 않을 듯하다. 올 겨울을 나려면 눈이 와야 한다. 입김이 나는 날씨에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눈을 밟고 싶다. 유일하게 겨울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한번은 눈이 너무 보고 싶어 스키장에 새벽버스를 타고 가 케이블카를 타고 눈만 보고 온 적도 있었다. 눈은 나를 정화시켜 주었고 내 안을 빛나게 해 주었다. 기댈 곳이 없을 때 그렇게 나는 나무와 눈에 기대어 본다. 눈이 오는 날은 마음이 벅차다. 눈이 온다면 숲에 가고 싶지만 이곳에는 숲이 없다. 숲하면 서울이 생각나는 건 아이러니하다. 내가 다닌 곳들이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모든 것들이 눈과 함께 녹아내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