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은 날

by leaves

날 좋은 날. 미술관에 다녀왔다. 남대문 근처 크지 않은 미술관이었지만 러버덕으로 유명한 호프만과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를 볼 수 있었다. 미술관 맨 꼭대기 루프탑도 가볼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 풍경이 감회에 젖게 했다. 내가 태어날때쯤 남대문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 기억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지만 막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삶에 대한 의욕과 기대로 가득차 계셨을 부모님이 떠올랐다. 도시의 한복판 내가 이렇게 평화롭게 살게 될 것이라는 걸 그리고 이곳을 다시 방문하리라는 걸 어린 시절의 나는 알 수 있었을까. 물론 그 사이 죽을 고비를 몇번 넘기고 나는 이렇게 살아있다. 그 자체로 기적이 아닐까. 그걸 이제는 알기에 내 삶이 진정 축복받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평행우주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이 가설이 논란이 많은 만큼 서두를 길게 늘어놓아 지루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만큼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유명한 물리학자들의 이름이 줄지어 나오고도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이론이긴 하지만 이제는 이를 부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다른 우주에 나와 같은 존재가 무수히 많다는 것을 나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섣불리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보다 더 행복하거나 불행할 수 있다는 것도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 이론을 믿고 싶은 이유는 아주 개인적인 이유이다. 내가 겪은 이 삶만이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 슬퍼서이다. 어딘가에는 태어날때부터 죽을 때까지 아무 슬픔없이 산 나도 하나쯤 존재하길 바란다. 상처 하나 없는 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왜 그런 삶이 허용되지 않는지 나는 신에게 묻고 싶다. 물론 내가 존재하는 이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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