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흐리지만 봄이라도 온듯한 12월 날씨에 산책길을 나섰다. 추운 날 고양이들은 어디서 지내는지. 두어마리 고양이가 길을 건넌다. 먹이를 찾는지 여러가지 물건을 쌓아둔 더미위로 위태하게 걸어다닌다. 우리 동네는 길고양이를 잘 보살피는 곳으로 유명해 신문에도 난적이 있다. 그만큼 고양이 수도 많이 눈에 띈다. 고양이를 잘 돌보는 사람들은 분명 타인에게도 너그러울 것이다. 지난 여름 내 키만하던 풀들이 모두 잘려나가 허허벌판이된 강둑. 새순이 난 것처럼 보이는 버드나무. 철을 잊은 듯한 초록의 빛깔들이 정말 12월인가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우리나라가 정말 아열대지역이 되는 걸까. 뭐가 좋고 뭐가 나쁜 건지. 내가 농부라면 무척 고민이 될 것 같다. 이제는 무엇을 키워야 날씨에 맞는 걸까.
집에 돌아와 납작만두와 메밀전병을 안주 삼아 맥주를 한잔하니 꿀맛이다. 적당히 배가 고파서인지 단숨에 다 먹어버렸다. 산책 후 마시는 아이스아메리카노도 즐거움 중 하나다. 땀을 흘린다는게 상쾌한 기분을 주는 날씨다. 날씨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의외로 많다. 마음 같아서는 봄날 대청소처럼 집을 탈탈 털어 셋팅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다꾸용품부터 미술도구, 쓰지도 않는 수첩들, 인간은 왜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한가 하는 원초적인 질문이 나온다. 집을 넓히면 될까. ㅋ 아마 방만한 창고가 필요할 것이다.
이 한 겨울에 나는 왜 자꾸 봄을 찾는지. 함박눈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마치 장난감 하나를 빼앗긴 아이같다. 책을 좀 더 재밌게 읽고 싶다. 도서관에서 빌린책, 이번에 산 책 등 쌓여 있는데 오래 읽지 못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재밌는 책을 쓰고 싶다. 동화든 수필이든. 그렇게 자료를 찾다보면 읽다만책이 늘어난다. 산책의 언어라는 책을 찾아냈다. 산책길에 만날 수 있는 모든 단어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좀 비싸서 살까말까 고민중이다. 정말 나는 자연에 대한 에세이를 쓰게 될 것인가. 집 주변이 숲이었으면 좋겠다. 옛 시인이나 소설가처럼 숲을 드나들며 글을 구상할 수 있을텐데... 어쩌다 내 운명은 숲과 함께가 되었는지. 나는 좋은 몫을 택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