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탈없이 한해를 지나온 것 같다.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이제는 평화롭게 지내는 법을 알게 된 것일까. 갱년기 불안이 들락날락하지만 이 정도면 평화로운 한해를 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소원하던 등단고 하고 문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하고 있다. 글이 뭐길래 그렇게 매달렸을까. 자연에 대한 글 두편이 모두 당선이 되자 주변 사람들은 약속이나한듯 자연에 관한 글을 쓰라고 한다. 내년에는 그간 멀리했던 숲이나 산을 찾아가 봐야겠다. 하다못해 수목원이라도... 벌써부터 봄이 기다려진다.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재밌을 것 같다. 식물에 대한 지식이 얉아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할 것 같다. 알아야 쓸테니. 그 식물들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도 재밌을 것 같다. 어떤 책은 박완서 님의 소설 속에 나오는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냈다.
내가 쓴 나목이라는 에세이와 박완서님의 소설이 같은 제목이라 눈길이 더 가서 구입을 했다. 늦은 나이에 소설가가 되었지만 왕성한 창작의욕으로 많은 작품을 남기신 작가. 나는 벌써 슬럼프인가보다. 나목으로 당선까지 되고 보니 그 수필을 뛰어넘는 글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부담이 된다. 평소 나의 스타일을 좀 바꿔보려고 쓴 글인데 그런 목적에는 성공한 것 같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통통 튀는 에세이를 많이 선보이는 것 같다. 그래도 독자층이 있어서 한 부류를 만들고 있다. 일상적인 내용의 수필이어서 호불호가 있다. 남의 일기장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잘 맞는 글이다.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이 아쉬울 때도 있다. 그래도 인기가 있으니 더 할 말은 없다. 영화를 통해 익숙한 남의 인생 들여다보기가 책에도 적용이 되나보다. 유튜브도 그렇고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낙이 꽤 큰가보다. 인스타도 그렇고 우리는 남의 삶을 보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걸까.
인스타를 하긴 하지만 가끔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남들은 멋지게 열심히 잘 사는 것 같고 나는 그렇지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극에 익숙한 시대. 도파민이 터져 나와야 직성이 풀리는... 이제는 영화도 예전처럼 잘 보지 못한다. 너무 자극적이어서... 나에겐 이렇게 담백하게 사는 게 맞나보다. 담백한 인생. 나의 모토가 될 듯. 이제는 순한 맛에 길들여져 있나보다. 인생의 순한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