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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ca Dec 23. 2023

나를 키워준 것은

안분지족 (安分知足). 나의 올해 삶을 돌이켜보면 이 단어가 생각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 잠깐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안양천 산책길을 걷고 맛난 점심을 먹는 것만으로 나는 무척 행복했다. 내 주위에 폭풍우가 친대도 나의 일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나는 나만의 궤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즐겁고 행복한 삶이냐고 묻는이가 있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난 그냥 그런 사람이니까. 

그때 그때 손이 가는 책을 읽고 나도 책 한권 내야지 하는 목표를 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 글이 정말 재밌을까. 사람들이 읽어주기나 할까. 하는 생각도 한켠에 있었다. 그러다 그림책테라피를 같이 듣던 친구가 수필로 등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도 한번? 하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했다. 두 곳에 냈는데 두 곳 다 당선이 되어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이렇게 쉽게 된다고? 물론 내가 글을 써온 기간은 거의 반평생에 가깝다. 나와 등단은 서로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있을 즈음이었다.막상 등단이 되고 보니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유명해 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유한킴벌리에서 하는 우리숲이야기에 당선이 되자 나의 자신감은 더욱 단단해 졌다. 등단을 하고 운이 좋았지 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올해는 글쓰기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올해 목표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내 목표는 책을 내는 것이다. 등단작과 숲이야기 모두 자연에 관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등단이 어렵더니 숲이 나를 키워준 셈이다. 사람들도 다들 자연에 관한 글을 쓰라고 한다. 자연을 소재로 한 책을 사서도 보고 빌려서도 보고 있다. 그 많은 지식을 어떻게 쌓아야할지 모르겠지만 죽기 전까지는 알게 되겠지 하는 여유를 부려본다. 나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내겐 큰 힘이 된다. 내가 우주의 미아가 아니고 엄청난 중력으로 나를 끌어당기며 지구에서 좋은 기억을 누리도록 하고 있다. 나는 지구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떠나게 될까. 나 자신 안에 있는 내가 궁금하다. 그토록 성공을 꿈었던 젊은 나를 내려놓으니 정말 내가 원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세상은 이렇게 살아야지. 내가 지금 등단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 나이 정도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내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전에는 절대 알지 못하던 것들을 이제야 나도 깨달았으니. 더 많은 깨달음을 얻으려면 이제 철학책을 읽어야 할까보다. 올해는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관심사는 계속 이동을 하고 좋은 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도서관이 가까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 내년에는 책도 많이 읽고 기록도 열심히 해야겠다. 올해같은 내년이 되길 바라며... 즐거운 나날들이 되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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