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신비에 대하여

by leaves

그대가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곳은 어떤 아름다움을 지녔고 어떤 세월을 거쳐 왔는지. 왠지 거리마다 오렌지 향이 가득하고 시원한 샘물이 곳곳에서 흘러내릴 것만 같다. 휘황찬란한 장식들이 성당을 가득 채우고 그 자체로 신의 음성이 들릴 것만 같지는 않은지.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가본 사람들을 나는 언제나 부러워한다. 여행을 떠난지도 오래된 듯하다. 떠나지 못하는데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낯섬을 여전히 두려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호기심이 낯섬을 앞지를때 나는 떠날 준비가 된다. 한때 그대와 곳곳을 거니는 마치 비포 선라이즈같은 여행을 상상해보곤 했다. 같은 것을 보는 시각이 다르더라도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만약 같은 것을 보고 좋아한다면 우리는 동시성이나 기적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여행이란 그렇게 낯섬과 황홀함이 교차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떠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여행사를 하는 친구에게 나에게 추천할만한 여행지를 이야기해달라고 했을때 나와는 스페인이 잘 어울린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열정이 가득한 탱고의 나라, 태양과 가까운 나라 그런 곳을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했을때 사실 의외였다. 내가 아는 나와 나의 지인이 아는 나는 어쩌면 많이 다를 수도 있었던 걸까. 아직 나도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게 아닐까. 낯선 여행지에서는 언제나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만나곤 했다. 좀 더 용기있어지고 좀 더 잘 감상적이되고 때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을 한 걸음 떨어져서 본다는 것이 어떤 자유를 선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모든 것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하니까. 그대가 좋아하는 미술관을 모두 볼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할지 가늠해본다. 나 역시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쓸때가 있다. 사물을,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보는 것도 멀리 떠나보는 것도 필요하다. 가끔 시니컬해져서 세상에 새로운 것이란 이제 모두 보아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직 세상은 나에게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 있을까. 나는 아직도 놀라고 감동받을 준비가 되어 있나? 나는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까. 그대와 손잡고 낭만적인 거리를 걸을 날이 올 것인지. 그건 너무 초현실적인 상상이어서 이번 생애는 어쩐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사실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나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삶의 신비를 경험하게 될 것인가. 이런 생각은 역시 그대를 만났기에 가능한 것이 되었다. 때로 내가 허공에 대고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아 헛헛하기도 하다. 그대라는 존재는 왜 이렇게 낭만적인 순간을 만들어 주는지.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하고 내 삶은 아름답다. 이런 소통을 꿈꾼 적도 없었는데 바란 적도 없었는데 내게 선물처럼 주어졌다. 그게 왜 그대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우린 얼마나 많은 우주의 기운을 받아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걸까. 그대로 인해 내 세상은 신비롭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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