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분이 왜 이렇게 좋지? 하고 생각해 보니 날씨가 너무 포근해서 인 것 같다. 마음이 편안하고 설레이는 기분마저 느끼고 있다. 날씨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다니. 정말 봄날씨 같다. 산책길에 서 있는 나무들이 금세 꽃망울이라도 터트릴 것 같다. 아마도 나 역시 봄을 기다리나보다. 죽은 듯 서 있는 나목에서 어여쁜 꽃이 피어나는 것은 마치 기적같다. 꽃 하나를 보러 봄이면 구례 산수유꽃이나 광양 매화나 진해 벚꽃까지 길을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꽃을 좋아하지만 그 정도 열정은 지니지 못했다. 집에서 가까운 고궁을 가는 정도이다. 지난해에도 지인들과 고궁에 핀 청매화나 앵두꽃, 생강꽃, 산수유꽃 등을 보러 갔었다. 왕이 사는 곳 답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고궁 안을 가득채웠다. 인생컷을 찍으려고 여기저기서 포즈를 취해 보았다. 그렇게 봄을 카메라에 담고 지금 다시보니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나무는 매년 같은 꽃을 피우겠지만 만약 올해 그곳을 다시 간다면 나는 더 주름진 채로 그곳을 방문할 것이다. 나이에 대해 초연해 지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내 나이를 세지 않는다.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무엇하나 제대로 해본 것도 없이 이제는 꿈을 꿀 나이가 지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내가 지금보다 어렸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실 지금처럼 은둔하고 있는게 나에게 잘 맞고 세상에 나를 보여야 하는 일을 한다면 무척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게 주저되기도 한다. 아직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공모전에 글을 낼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공모전에서 연락이 오면 그 모든 두려움을 잊고 기뻐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꽃을 피울 수 있는 나무이지만 스스로 꽃을 피울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게 더 즐거울지. 나에게 더 맞는지. 한동안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왜 글을 쓰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같은 질문과 함께. 만약 내가 꽃을 피운다면 어떻게 생겼을지 어떤 향기가 날지 궁금하다.
글을 쓴다는 건 예쁜 꽃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같은 일이 아닐까. 나의 지금을 기록하며 좀 더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 글을 쓰면 나는 또다른 내가 된다. 글 쓰는 것 자체로 치유가 되기도 한다. 내 인생 전부를 적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무엇까지 쓰게 될까. 두려운 마음도 든다. 나는 가치있는 삶을 살았던가.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존재하기도 한다. 타인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지만 돌아보면 그렇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