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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Nov 24. 2021

내 생애 첫 원고료

처음으로 글을 팔았습니다

15,000원입니다. 처음으로 글을 판, 내 생애 첫 원고료


15,000원이면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줄 수 있고, 남편에게 책 한 권 선물할 수 있으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마라샹궈 한 그릇 값도 되더군요. 짜장면 그릇과 짬뽕 그릇을 같이 사 먹을 수도 있습니다. 주로 먹는 이야기만 나오네요. ^^  간단한 병원 진료도 가능하고, 택시비로도 쓸 수 있습니다. 화원에 들러 꽃 한 다발 살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글을 팔아 한 끼 밥벌이를 했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별일 아니지만, 제게는 별일입니다. 무척.


브런치 작가가 된 지 47일이 됐습니다. 그동안 브런치에서 수많은 글을 읽어 왔는데 브런치는 주로 에세이류가 강세더군요. 그리고 제가 쓰는 에세이가 몽글몽글하거나 푸근한 감성의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을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되었지요. 인기 있는 에세이스트 되기는 글렀다는 것을 깨달았고, 더불어 내 글이, 내 문체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게 된 것이 저로써는 스스로 한 단계 발전한 느낌도 듭니다.


담담하고 솔직한 자기 고백, 일상에서 건져 올린 감성적인 사색, 철학적이지만 너무 무겁지도 않은 깨달음 등 많은 분들이 정말 좋은 에세이를 쓰고 계시지만, 제 에세이에는 그런 감성이 좀 부족한 편입니다. 뭐랄까, 에세이라기보다는 기사에 좀 더 가깝지요. 젊은 시절에는 나름대로 만연체에 화려하게 쓸 줄 알았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냉혈인간 같은 보고서만 읽고 썼더니 문체가 저도 모르게 딱딱해져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고 얼마나 슬펐는지 말도 못 합니다... 흑흑흑... 그리고 오랫동안 굳어진 문체가 다시 말랑해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합니다. 다시 말랑해질 수 있을까... 문체에게 김동률 오빠 목소리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오래전에 써두었지만 브런치의 결과 좀 맞지 않아 발행을 주저하고 있던 글을 오마이뉴스에 투고해 봤습니다. 다행히 투고한 지 하루 만에 기사로 채택되어 글이 올라갔고, 다시 하루 뒤 원고료 15,000원이라는 알림을 받았습니다. 원고료는 기사 등급에 따라 책정이 되어 있나 봅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 등급은 총 4단계로 잉걸> 버금> 으뜸> 오름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 글은 버금 단계이니까 그 이상인 으뜸이나 오름 단계로 글이 채택되면 원고료는 더 오를 듯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주로 정치나 사회 분야만 기사를 읽어 왔는데 문화나 예술, 사는 이야기 분야에 들어가 보니 브런치 작가분들이 이미 시민기자로 많이 활동하고 계시더군요. 혹시나 브런치에서만 글을 쓰는 분이 계시다면, 그리고 저처럼 다소 딱딱한 글(브런치의 달달한 글들에 비해서 말이죠)을 쓰는 분들이라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 도전해 보시라고 살포시 추천드립니다.


글을 써서 팔아본 다는 것, 생각 이상으로 즐겁고 신나네요. <작은아씨들>의 주인공 '조'가 이랬겠구나...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는 고아였기에 더 기뻤겠구나... 라며, 저도 잠시 소설 속의 씩씩한 여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으로, 오늘은 신나게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 떡볶이가 방금 도착했네요. 제 원고료로 떡볶이를 쐈거든요. 그럼 즐거운 저녁 되세요. 헤헤헤




* 위에 쓴 '김동률 오빠의 목소리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라는 문구가 브런치의 어떤 글에서 본 게 아닐까라는 기시감이 자꾸 듭니다. 혹시 그렇다면 알려주세요. 수정하거나 출처를 밝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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