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거주하고 있는 온타리오주에서 초등학생들의 수업을 1월 17일부터 대면 수업(face to face)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10일간의 온라인 수업을 끝으로 본격적인 캐나다 초딩 라이프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캐나다 학교의 1학기는 9월에 시작하고 2학기는 1월(보통 1월 2일)에 시작합니다. 겨울방학이 길고 3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지요.
큰 아이는 한국 나이로는 13세이고 현재는 6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시기이지만 캐나다 나이로는 12세이고 캐나다에서는 6학년(Grade 6) 2학기입니다. 둘째는 한국 나이로 9살, 캐나다 나이로 8살이라 2학년(Grade 2) 2학기를 다니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무조건 나이로 학년을 구분합니다. 7살부터 1학년이 시작되므로, 아이의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나이에 따라 학년에 배정되지요.
결론적으로 두 아이들의 각 1학기는 공중으로 사라졌습니다.그러니까 아이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유학을 오는 경우에는 가급적 9월 1학기에 맞춰서 오시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그러나 사실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한국의 초등학교 커리큘럼이 캐나다보다 1년에서 1년 반 정도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1학기가 뭉텅 사라지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요. 다만, 1학기부터 학교를 다니면 1학기 동안 적응해서 2학기 수업이 한결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특히 이곳은 6학년때부터 프랑스어를 배우게 되는데, 큰 아이는 프랑스어가 처음인데다가 곧장 2학기프랑스어 수업을 듣게 되어, 부랴부랴 집에서 프랑스어 기초를 따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첫 등교일!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가방을 쌉니다. 캐나다 초등학교 준비물은 한국만큼 크게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부츠와 장갑! 기나긴 겨울 동안 눈이 펑펑 내리는 온타리오 주는 등하교와 중간놀이 시간에 부츠와 장갑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교실에서는 실내화 대신 운동화를 신습니다. 필통과 공책을 챙겨 보냈는데 아이들 말로는 공책이 별로 필요가 없다고 해요. 심지어 둘째는 필통을 한 번도 연 적이 없다고... 너 학교 생활 잘하고 있는 거 맞지....???
겨울철 캐나다 초등학교 흔한 등굣길, 부츠를 신지 않으면 발이 너무 시렵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전경이에요. 집에서 5분거리라 걸어서 등교합니다. 거리가 먼 곳은 노란 스쿨버스로 다녀요.
학교 주차장, 교직원들의 자동차 뒤로 노란 스쿨버스가 주차되어 있네요. 이곳에 있다가 아이들 수업이 시작되면 정해진 차고지로 가더라고요.
8시 45분부터 반별로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9시가 되면 진짜 종소리가 땡땡땡 하고 울려요. 그때 선생님이 교실로 학생들을 인솔하지요.
아이들은 대부분 스키복을 입고 학교에 다닙니다. 초등학교 수업 시간표 중간중간 실외 활동이 많은데 학교 운동장에 눈이 쌓여 있기 때문에 저학년 어린이들은 거의 눈에서 데굴데굴 놀다 오는 듯합니다. 방수가 되는 스키복이 아무래도 가장 실용적이겠지요. 캐나다는 겨울 시즌이 거의 10월 말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1월에 스키복을 구하려니 물건이 없더라고요. 스키바지라도 구하고 싶은데... 부츠만 간신히 사서 신겼습니다.
캐나다 초등학교는 급식을 하지 않고 도시락을 쌉니다. 물론 급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급식을 신청할 수는 있지만 무상이 아닌 데다 가격에 비해 퀄리티가 많이 떨어져서 주위에서 권하지 않더라고요. 피자 한 조각 뭐 이렇게 나온다고 합니다. ;;; 지금은 코비드상황이라 운영하지는 않는듯 하고요.
캐나다로 오기 전에 보온도시락을 아이들 별로 2개씩 사고, 일반 도시락을 1개씩 사서 해외 이삿짐에 부쳐놓았지만 혹시라도 짐이 우리보다 캐나다에 늦게 도착할 수도 있어서 출국 직전 다이소에 들러 예비용으로 도시락통과 도시락 가방을 부랴부랴 구해 가져 왔습니다. 물론 캐나다 마트에서도 일반 도시락 통을 팔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다이소에서 5천 원짜리 샐러드 도시락통을 사 왔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각김밥 틀이랑 주먹밥 틀, 무스비용 틀도 같이 사 왔습니다. 요런 틀은 캐나다에서 구하기 어려우니 한국에서 꼭 공수해 오시길 추천!
한식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밥을 기본으로 해서 샌드위치나 소시지, 과일 등을 넣어서 보내주고 있습니다. 참! 캐나다는 점심 이후 간식시간이 있어서 그때 먹을 스낵도 같이 보내주어야 합니다. 저는 크라운 산도, 쿠크다스, 빼빼로, 초코칩 등 한국 과자를 사서 넣어주고 있어요. 이제까지 제가 사본 캐나다 과자는 너무 짜거나, 시거나, 달거나 해서 과자를 선뜻 고르기가 겁이 납니다. ㅎㅎㅎ
우리 아이들의 넘버원 워너비 스팸볶음밥, 나름 하트도 그렸습니다만...똥손...
도시락을 위해 처음으로 만들어본 스팸 무스비, 초간단 김밥이라 앞으로 애용할 예정 ㅎㅎ
후리가케를 넣고 간단히 주먹밥을 넣어주기도 합니다
이것봐...무스비는 사랑임...
샌드위치만 싸주면 아이들한테 혼이 납니다. 밥이 없다고 난리에요. ㅎㅎㅎ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산 도시락 가방에 도시락통과 물통, 간식, 냅킨 등을 챙겨 넣어 줍니다.
가방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도시락통만 넣고 다닌다는...나머지는 학교 사물함에...
도시락을 싸주니 어찌나 잘 먹고 오는지 고맙고 이쁘더라고요. 우리 어릴 적에는 엄마가 삼 남매 도시락을 거의 10여 년간 싸주셨어요. 고등학생 시절에는 심지어 도시락을 2개 가져가야 하잖아요. 점심용, 야자용... 지금 생각하면 워킹맘이었던 친정엄마가 아침마다 도시락을 몇 개씩 싸주기 얼마나 힘드셨을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시락통을 텅텅 비워오는 것이 얼마나 큰 효도 인지도 알겠다는요...
엄마! 캐나다 학교 너무 재밌어!
우리 아이들 등교 첫날 다녀오더니, 학교가 너무 재밌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 중에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학교가 재밌는 이유는 첫째,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고, 둘째, 캐나다 초등학교는 중간중간 놀이 시간이 많아요. 공부를 싫어하는 둘째는 밖에 나가 눈도 뭉치고 축구도 하니 너무 재밌답니다. 셋째로, 캐나다 초등학교는 숙제가 없습니다. 아이들도 야호! 엄마도 야호!
큰 아이는 한국에 있을때3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워오기도 했고, 캐나다 오기 전 특훈을 받기도 해서 수업은 대충 잘 따라가는 듯합니다. 잘 알아듣지는 못하는데 선생님이 나눠 주시는 프린터로 눈치껏 알아듣는 중이랍니다. 또 다행히 같은 반에 한국인 여자 친구가 있어서 선생님이 짝을 지어주시기도 했고요. 학교에 간지 일주일 만에 현지 친구들도 사귀어서 자기들 끼리 스냅챗이라는 카톡 같은 메신저를 깔아 소통도 하더라고요.
가장 걱정이었던 둘째, 간신히 ABC만 배워서 캐나다에 왔던 둘째는 학교 가는 전날 밤 걱정스럽게 묻더라고요. 화장실 가고 싶을 때 어떻게 하느냐고요. 그래서 아빠한테는 bathroom을, 저에게는 pee를 배워서 그것만 잘 말하면 선생님께서 알아서 해주실 거라 안심을 시켜 줬지요. 다행히 학교 첫날 bathroom을 잊지 않고 말해서 무사히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자랑하더군요. ㅎㅎㅎ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다른 학교에 눈썰매장이 있다고 해서 주말에는 그곳에 가서 놀다 왔습니다. 분명히 학교 운동장인데 높다란 언덕이 있어 자연스럽게 눈썰매장이 되었더라고요. 썰매를 사려고 마트를 돌아다녔는데 값이 저렴한 썰매는 이미 다 품절이라서 아빠가 상자와 비닐을 이용해서 간이 썰매를 만들어 주었어요. 우리 어릴 적 비료 포대 안에 볏짚을 넣고 신나게 썰매를 타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썰매가 너무 좋았던 둘째는 이틀 연속 심하게 놀아 결국 감기에 걸렸답니다 ㅎㅎㅎ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아빠표 수제 썰매
이 날 바깥 온도가 영하 13도였고 바람도 심했는데 사람이 많아 놀랐어요. 아, 이래서 캐나다가 동계올림픽 강국이구나..
캐나다가 이민자의 나라여서 그런지, 이방인에게 좀 더 오픈 마인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전학생 특수를 좀 누리는 것도 같습니다.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서 인사도 해주고, 같이 놀자고 권해준다고 합니다. 둘째는 말이 안 통해도 같이 운동장에 나가서 재밌게 놀고 왔다고 해요. 수업은 뭐하는지는 잘 모른다고 합니다만 ㅎㅎㅎ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알아지겠지요.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친구를 맺는 법, 다양한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할 줄 아는 법,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배운다면 우리 가족의 캐나다 생활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유학을 상담 받을 때 유학원 직원도, 팬쇼 칼리지 직원도 아이들 적응은 걱정하지 말라고, 너무나 잘 적응한다고, 어른들이 적응을 못해서 문제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실은 저는 요새 수업 따라가랴 과제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ㅠ.ㅠ 수업의 강도가 점점 높아져 머리가 좀 아픕니다. ㅎㅎㅎ
어린 자녀들과 유학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은 아이들이 적응하지 못할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만일 아이가 소심하고 조용한 편이라면, 영어 듣기와 말하기가 어느 정도 되는 상태에서 유학 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낯선 환경이지만 외국인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어느 정도 소통만 된다면, 쉽게 적응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도시락 싸기도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간단하게 주먹밥, 김밥과 빵, 샌드위치, 계란, 소시지, 야채와 과일들을 넣어주니까요. 엄마가 손수 싸주는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온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더 마음도 놓인달까요. 물론 대한민국의 급식 퀄리티는 세계 최고인 건 다 아시죠? 있을 때 잘 누리시기를...ㅠ.ㅠ
다음에는 초등학교 시간표라던가 방과 후 과정 등 좀 더 자세한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오늘은 간단히 첫 등교 소회를 밝혀보았습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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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어, 브런치 작가 블루애틱님의 안타까운 사연을공유해봅니다.
이미 많은 브런치 작가들께서 사연을 공유하며
온정을 나누고 계십니다. 동참해 주신다는 사연들은 브런치에서 이제까지 본 중 가장 따듯한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