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만들겠단 마음 없이 저녁을 만들었다.
무슨 맛인지 모를
볶음밥.
그저 냉장고의 재료들을 썩히지 않고 다 먹지 싶었다.
어떤 사람이 되자고 생각하지 않고 산다.
너에게 아무 맛도 안 나는 볶음밥이 되고 싶지 않은데
그리될 것 같다.
짠맛이든, 단맛이든, 아니 쓴맛이라도 나야
날 알아볼 텐데.
그런데... 꼭 날 알아봐야 하나?
돌아보니 결과물에 화가 났을 뿐이다.
작심 없었던 것을 알고 있어도 나는 내게 엉뚱하게 화를 낸다.
죄없는 너를 불러와 평가를 기대하고
아무 맛 안 나는 볶음밥이
나라고 생각하며.
냉장고의 재료는 썩지 않고 잘 쓰였다.
영양가 좋았을 볶음밥! 그럼에도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볶음밥에 숨겨있던 맛이 느껴진다.
아무거나 섞어도
컴퓨터가 만들어지고, 비행기가 나오고
미슐랭 별이 보이길!
그렇게 숨겨진 마음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