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그늘

by 마실 다니다

바깥의 옷을 벗어둔다. 날이 선 셔츠가 구김살이 생겨 돌아왔다. 같이 뛰어준 양말이 벗어놓아도 긴장을 놓지 못해서 엄지가 튀어나온 채로 던져진다. 줄이 생긴 발목을 보니 긴장을 놓지 못한 건 양말만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왔다는 안도감이나 감사함도 잠시. 곧 내일의 일과 동선이 떠오른다. 떠오른 생각은 기막힌 아이디어가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앞선 걱정이다. 막아서지 않으면 집안까지 따라오려 한다. 그만 여기까지! 나는 이제 그늘로 들어갈 테다.

벨트를 풀고, 무릎 나온 잠옷바지를 입고, 조금 따스하고 말랑한 음식으로 배가 불룩해지고 싶다. 뜨끈한 목욕 후에 이불을 둘둘 말아 고치를 튼다. 이불이 녹아들어 피부와 하나가 된다. 나의 동굴. 어디가 튀어나왔고, 어디에서 목을 움츠려야 하는지, 눈 감고도 전등 스위치를 누룰 수 있는 곳.

낮에 만났던 환한 광장은 조용히 물러날 때를 안다. 너무도 분명해 보였던 것들이 여기에서는 그 경계를 구분하려 들지 않는다. 가벼운 한숨 내쉬며 그늘로 스며든다. 안경을 벗는다. 시각보다 촉각과 후각의 세계. 낮에 널어둔 이불에서 햇빛 냄새가 난다. 사각사각, 사붓사붓. 빛냄새의 바깥소리. 그 가벼운 초대를 받아, 우리는 또 이 집의 그늘을 나설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