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gative

B에게

by 마실 다니다

마음이 많이 흔들렸어요. 오랜만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처음이었습니다. 당신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죠. 그 울림은 낮고도 깊어서 소리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고요한 수면이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골과 마루를 만들며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걸 '왈칵왈칵, 울렁울렁'이라고 읽었습니다.


어느 곳에, 저 멀리 메아리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걸어가는 걸음마다 울리는 메아리. 나는 어느 곳에 어정쩡히 서 있습니다. 매우 넓은 공항일까? 아니면 동굴안? 그러기엔 환히 밝고 정교하게 파 놓은..., 오래전부터 비어있던 고딕 성당같습니다. 그러나 기둥 끝과 천장은 보이지 않아 뭐라고 정의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꼭 쥐고 있는 주먹을 펴보니 늘 가지고 다니던 줄자가 있어습니다. 늘 재어보고 기록하고 따라하며 무언가를 만들어왔죠. 하지만 이 측량해 본 적 없는 막막한 공간 앞에 내가 가진 자는 너무나 짧고 보잘 것 없어 스르르 내려놓게 됩니다.


사실 좀 무서워요.

길 잃은 아이처럼 그저 '앞'을 향해 걷고는 있지만요, 사실 내 앞과 뒤가 얼마나 다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간격으로 심어진 나무라도 있다면 안심이 될텐데, 이 곳에서는 그 어떤 패턴도 읽을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저 낮은 소리가 만드는 물결의 무늬뿐입니다. 그 무늬가 유일하게 나를 위로합니다. 간질 간질 발등에 작게 부서지는 파동. 수면위에 누워봅니다. 오히려 멀미가 가시는 것 같아요. 힘을 빼니 천천히 수면 위 파동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차갑고도 시원한 물이 살아있는 나의 온기를 더욱 느끼게 합니다. 이 곳엔 분명 물이 있군요. 촉촉하게 흐르는 그것.


하지만 이내 다시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온기가 있는 동굴이 간절합니다. 좀 더 단단한 그 무엇을 붙들고 싶어집니다. 수면위의 자유보다 말이죠. 그저 등을 맞댈 수 있는, 무너지지 않고 기댈 작은 벽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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