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을 동반한 저기압골이 한반도를 지난다.
이른 아침, 흐리지만 넓게 퍼진 흙내를 맡았다. 곧 비가 온다. 저녁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부추전을 부친다. 크게 부친 부추전을 핑계로 지나는 친구를 불러 앉혔다. 그리 열심히 붙잡지 않았는데 그도 엉덩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시간도 앉아버린 낮은 하늘에는 해를 가리고 구름이 끼었다. 구름은 저기압이 만든 것이다.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 방향으로 분다. 온갖 것이 저기압으로 몰려 오면 상승기류를 타고 오른 것들이 구름을 이룬다. 주변에서는 보이지도 않았던 것이 위로 올라가 실체가 된다.
빗소리가 타닥탁.
바사삭 부서지는 부추전을 간장에 찍는다. 이미 간간해도 간장향은 필요하다.
"아버지는 잔소리마냥 간장종지를 내오라고 늘 엄마를 볶으셨지."
친구가 먼저 터트린 한 숨 같은 말. 중년을 같이 넘기는 친구는 눈을 풀고 작은 한숨을 내쉰다. 크게 내쉬어 보라고 막걸리 잔을 꺼냈다.
"난 찍지 않았어. 짠 게 싫어서. 엄마는 반죽에 국간장을 한스푼 넣어서 부침개를 하셨었어. 그래도 간장종지가 놓여야 했어. 그게... 참... 그래."
"뭐가? 참 그래?"
"비오면 전이 생각나는 나도....."
비가 시원하게 내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봄비치고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처마 내길 잘했지?"
빗소리 더 크게 듣자고 큰 창을 열며 말했다. 끝까지 창을 밀지 않고 한걸음 공간을 밖으로 내어준 덕을 이럴 때 톡톡히 본다. 바람이 쑥 밀려 나갔다. 기압골을 타고 멀리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