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체통!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그리고 공중전화를 사용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지금 내 나이가 벌써~
우체통!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연인에게 편지 보낼 때, 침을 묻혀 붙인 우표 떨어질까 봐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 편지를 밀어 넣었던 기억이 엊그제처럼 생생하구나.
오늘 길 가다 본 빨간 우체통이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구나. 자식들은 벌써 성인이 되어, 딸은 직장에 다니고, 아들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내가 이루어 놓은 것이 무엇이며 이루어졌다면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
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왔고, 살고 있구나. 흔히들 말하는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래 "아날로그 시대" 그때가 그립구나.
그래서일까? 나는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수첩에 메모해서 가지고 다닌다. 주변 사람들은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수첩을 가지고 다닌다고 쑥덕거리지만, 그래도 나는 좋다.
나는 지금의 통신 수단이 싫다. 스마트폰은 시도 때도 없이 벨을 울려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빼앗아 가고, 그리고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쁜 사람처럼 행동하게 하고, 성격도 급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뿐만 아니다. 전자우편도 이상하게 정이 묻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자필 편지가 나와 상대방을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하지 않는가? 내가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정이 그리울 때가 많다.
지금 아파트에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콘크리트 벽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내 모습이 싫다. 이웃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층간 소음이 약간만 있어도 벼락같이 인터폰으로 시끄럽다고 경비실을 통해 연락이 온다. 사람 사는 정이 너무 그립고 아쉽다.
그러나 벗어날 수 없다. 자식과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디지털 시대를 좋아한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참아야 한다. 아파트는 어쩐지 디지털과 어울리는 것 같다.
우체통, 아파트, 공중전화 등은 나를 너무 슬프게 하는구나. 왜 이럴까? 옛날이 그리워서 일까? 아니면 늙어가는 것이 싫어서 일까? 어쩌면 둘 다 일 줄 모른다.
요즘 젊은이들은 내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내 자식들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 그들도 먼 훗날 나처럼 지금의 디지털 시대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또 다른 시대가 와 있을 테니까.
옛말에 두 세대를 지나면 생을 마감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몇 세대가 지나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지금의 세대는 숫자의 세대가 아니라 과학문명과 대중문화의 세대라서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1년이면 문명과 문화가 변하는 것 같다.
아! 과거는 행복과 불행을 떠나 항상 그리움만 가져다주는구나. 이제부터 타임머신 같은 빨간 우체통을 보면 한번 안아주고 지나가련다. 그래서 오늘도 빨간 우체통을 안아 주었다.
삶을 뒤돌아보면 왜 후회와 그리움만 머리에 가득 찰까? 나만 그럴까? 아니 나이 드신 모든 분은 다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노인이 아니다. 마음이 빨리 늙어 버린 걸까? 보통 사람들은 항상 마음은 청춘이라고 외치는데, 유독 나만이 늙어 버린 걸까? 그래도 너무 슬퍼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남은 인생을 위해 파이팅 또 파이팅 하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