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단 현장 관리자로서 많은
사람들의 부지런함과 일머리를 직접
눈으로 목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힘들다.
둘 다 갖추고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부지런함은 신입들에겐
가장 우선시해야 할 행동이다.
왜냐하면 업무내용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노동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모습은 곧 칭찬과 능력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일머리만 보태면
관리자에게 좋은
업무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신입들의 대부분은 수습 기간에는
시키는 대로 잘 한다.
그러다 보니 부지런한지 게으른지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서히 구분이 가능해진다.
초지일관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슬슬 눈치만 보면서
요령 피우는 사람이 나타난다.
이 시기에 관리자는 잘해야 한다.
수습이 끝나는 시기에
부지런함과 일머리를 교육하지 않으면
퇴직할 때까지 고쳐지지 않고
말썽을 피운다.
4년 전 어느 날 신입 직원이 들어왔다.
건장한 체구에
선한 인상을 가진 사람인데,
조경관리 및 건물과 구조물 관리는
처음이라고 했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잘 대해주다가
교육 시기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잇따라
신입 직원이 들어와 더더욱 그랬다.
동료들 간의 교육은 서로 친해지면
기강이 해이해져
교육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수습 기간이 좋다.
아무튼 월말 퇴직을 앞둔 지금까지도
주무관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료 선후배들에게도 외면당하고 있다.
어쩌면 교육하지 못한
나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3개월이 지나고
4개월 차인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신입 2명을 사면(비탈면)
예초작업을 시켜놓고,
두 시간 후에 가보니
끝나지 않고 있었다.
진즉 끝났을 일인데 하고 가만히 보니
하단 쪽에서 상단으로
예초를 하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가르쳐 주었어야 했었는데…,
상단 쪽에서 하단으로 해야 하는데
일머리를 몰라
거꾸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선 다른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동료들을 불러 마무리를 짓고,
현장 교육을 바로 그 자리에서 했다.
상단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유는 힘이 덜 들 뿐만 아니라
일의 능률도 오르고 자세가 안정되어
안전사고 시 재빨리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시범도 보여 주었다.
이렇듯 일머리를 모르면 본인도
피곤하지만 일이 늦어지면서
다른 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배움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일머리를 빨리 터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항상 생각하면서
능동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의 방법,
절차 등이 보인다.
그리고 일머리는
그때그때 현장에 따라 약간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하면 좋다.
은퇴 후 부지함과 일머리를
함께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현 직장을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생각하면서 애착이 없거나,
승진이나 출세하는 일도 아닌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사는 모르는 일이다.
나도 오십 대 중반에
조경관리를 시작하면서
그때 그렇게 잠시 머무르는
직장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목표하고 구상했던 계획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아
2년 정도 더하다,
조경관리를 전업으로
마음 고쳐먹고
기사 자격을 취득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은퇴 후 삶은 주어진 여건에
충실하지 않고 꿈만 꾸면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면 안 된다.
시간이 없다.
현 직장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적응하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선이 별거 아니다.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곧 최선이다.
그리고 발전하여
부지런함과 일머리로
이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