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형! 오랜만이네?
도토리 주우러 언제쯤
올 거야?
응 내가 다시 전화할게.
바쁘나 봐? 알았어요.
한 시간 정도 지나
핸드폰이 울린다.
미안~
다음 주 화요일에 갈게.
뭐가 그리 바빠? 형 백수잖아?
백수는 자유롭기나 하지?
나는 죄수처럼 감시 아니
통제받고 살고 있어.
무슨 소리?
감시?
통제라니?
혹시 그 여자 때문?
만나서 이야기해 줄게.
화요일
아침 일찍부터 주우려고?
우리 회사 경내에 있는
참나무 밑을 다 쓸어
담으려고?
지금 오전 7시 30분이어?
여동생들은?
성질도 급하네. 휴게실에 가서
차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자.
나는 죄를 받나 봐?
형! 여자 때문이지?
네가 언제 형한테
형은 주변에 여자들은 많아도
처복이 없다고 했지?
그랬지요 왜?
너한테 복채를 주고 싶다.
만나는 사람이
속을 썩이나 봐?
썩이는 정도가 아니라
목을 조인다.
형은 기분 나쁠지 몰라도
옛말에 조강지처가
최고라고 했잖아?
지난번에 형이
누구하고 있는지
우리하고 영상통화
하자고 할 때
집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혹시 집착 아니야?
그려~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러 간다고
일찍 나온 거야.
그렇지 않으면 따라오거나
매 시간마다 전화를 할 거거든.
그랬구나~
오자마자 핀잔준 것 미안!
불쌍한 우리 형
어떻게 위로하지.
내 주변에 형만큼 집착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야기해 줄까?
조금 도움이 될 거야.
형처럼 이혼을 했어요.
퇴근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집 근처 호프집이란
참새방앗간이 생겼어요.
그것이 사달이었어요.
어서 오세요!
혼자 오셨나요?
네~ 혼자 오면 안 되나요?
아이 참 오빠도
그냥 묻는 거예요.
저 안쪽 테이블로 앉으세요.
생맥주 하고
오징어 땅콩으로 주세요.
안쪽으로 들어가라면
무서운데~
주인장은 쟁반도 없이
술과 안주를 양손에 들고
맞은편에 앉으면서
뭐가 무서워요 한다.
한숨 돌리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가게 안이 텅 비어있다.
손님이 한 명도 없네요?
요즘 경기가 좋지 않잖아요?
그리고 지금
조금 늦은 시간이에요.
오빠가 늦게 오신 거예요.
11시가 넘었거든요.
그래서 그래요
아 네~
저 때문에 퇴청이
늦는 거 아니에요?
아니오 괜찮습니다.
손님이 없어서인지
자리를 뜨지 않고 말벗이
되어주어서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집으로 들어왔다.
며칠 후 회사에서 술을 마시고
집 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호프집이 생각나면서
주인장의 환하고 수줍어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절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닌 것 같던데?
순수하고 가냘프면서
험한 세상에 찌들지 않는
사람 같았는데?
이미 발길은 그 호프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머! 또 오셨네요?
오늘은 손님들이 많으니
소홀히 대접해도
이해 부탁합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지난번 자리에 가서 앉았다.
두 번째 와서 그런지
자리가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주인장이 올 때까지
술은 시키지 않고
북적이는 가게안과
분주히 움직이는 주인장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후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지난번처럼 생맥주와
오징어 땅콩을 가져왔다.
오늘은 매상을 올려주려고
했는데 가져왔으니
그냥 먹어야 되겠네?
오늘은 손님이 많아 괜찮으니
손님 없을 때 올려주세요.
맛있게 드세요
조금 있다 올게요.
손님이 모두 빠져나가고
조용해지니 생맥주를
한잔 들고 맞은편에 앉았다.
혼술은 처량해 보이는데~
미안해요.
아니요 무슨 별말씀을~
바쁜 게 좋은 것 아니에요?
그건 그렇고
우리 통성명이나 해요?
너무 빠른가요?
아니요 저는 50대 초반이며
민건희라고 해요
오빠는?
저는 55살에
윤태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늦게까지 술 마셔도
사모님이 뭐라고
하지 않으세요?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늦은 시간인데도 개의치 않고
마음 편하게
술을 드시는 것 같아서요.
와! 통찰력이에요 눈치예요?
실은 혼자 살고 있는
돌싱이랍니다.
그래요? 그 맘 알지요.
어떻게요?
나도 혼자가 된 지
몇 년 됐거든요.
더 이상 묻지 말고~
그런 의미에서 건배!
목이 말라 잠이 깼다.
일어나 보니 겉옷은
사방에 흩어져있고
양말은 신은 채였다.
싱크대에 놓여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마시고
양말만 벗어던진 채
다시 잠이 들었다.
핸드폰 벨소리에 잠이 깼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태균 씨 저 민건희입니다.
아! 네~
아침 일찍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라니요?
오늘 10시에 만나
남한산성 A코스로 등산하고
성 안에 음식점에서
백숙 먹기로 했잖아요?
아차!
맞아요 바로 갈게요.
조금만 기다리고 계세요.
벌칙으로 백숙보다 더
맛있는 걸로 사 드릴게요.
역시 혼자보다 둘이 좋아요.
건희 씨가 없었으면
숙취 때문에 방구석에서
뒹굴고 있었을 텐데~
몸은 힘들어도
이렇게 산에 오르니
빨리 회복되는 것 같네요.
특히 옆에 건희 씨가 있어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네요.
태균 씨 저도 기분 좋아요
그런데 어제저녁
무슨 말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으세요?
네 많이 취했나 봐요.
그럼 다행이네요.
나도 조금 취했거든요.
우리 좋은 이야기만
기억하기로 해요.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남한산성을 내려와 자연스럽게
태균 씨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