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의 홍수
그리고
글쓰기의 효용

지푸라기에서 새끼줄로 가는 즐거움이랄까

by 눈썹달

하아. 하늘 좀 보자.

퇴근길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와 집으로 걸어가면서까지 계속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길을 건너면서 아차 싶어 얼른 주머니에 집어넣고 고개 들어 하늘을 봤다. 어두운 하늘. 목이 뻐근하고 눈이 까끌까끌하면서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 전에도 많이 보긴 했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SNS와 유튜브에 관심 갖게 되면서 휴대폰 보는 시간이 급격히 늘었다. 출퇴근 시간이나 어딘가로 이동할 때, 쉴 때마저도 바로 옆에서 가장 쉽게 접속할 수 있으니까. 휴대폰만 있으면 쓰고, 읽고, 듣고, 찍고, 편집하고, 소식을 접하고, 알리고, 주문, 결제, 연락, 업무까지 가능하다. 이것들이 손 안에서 다 되다니 새삼스레 신기하고 소름 돋는다. 목과 승모근의 얼얼하고 찌릿한 통증은 중독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살면서, 아니 학교를 졸업한 후로 지금처럼 글을 많이 쓰고 읽었던 때가 있었나 싶다. 쓰기 시작하니 내 안에서 나오는 글이 눈에 보인다. 자연스레 타인의 글도 보이고 많이 읽어보게 된다. 7개월 전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을 때, '어머 한 번에 됐네. 나 글솜씨 좀 있나 봐.' 하며 자아도취 했던 것도 찰나에 그쳤다. 이곳에는 어쩜 그렇게 글 쓰는 분들이 많고 필력 좋은 분들이 많은지 놀라고 또 놀랐다. 글을 잘 쓰는 것은 기본이요, 주제와 구성, 그에 맞는 기획력도 갖추어야 좋은 글과 매거진과 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작가분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 이 세계에서 나는 올챙이도 아닌 그냥 알의 수준이다.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둔 책들에 먼지가 쌓여간다. 책 읽기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서 고민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만원 지하철이었다. 왕복 3시간 꽤 긴 출퇴근 길이지만, 늘 지하철이 만원이다 보니 자리에 앉을 때가 아니면 서서는 책을 펼치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 쉽게 휴대폰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책의 형태만 아니었지 폰을 통해 늘 브런치와 SNS상의 다양한 글들을 읽고 있다. 들고 다니는 종이책을 쭉쭉 읽어내지 못해도 글은 항상 읽고 있는 중이다. 내 글을 쓰고, 쓴 걸 읽고, 타인의 글을 읽고, 생각하고 공감한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봐도 봐도 글이 차고 넘친다.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를 위해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것이 업무와 일상에도 꽤 도움이 되고 있다. 보고서나 이메일 작성할 때, 사내 공지문을 써야 할 때 전보다 수월해진 느낌을 받는다. 카톡에 말하는 것도 짧고 간략하게 다듬어 말하게 된다. 무심코 쓰는 단어나 표현의 정확한 뜻과 의미를 찾아보게 된다. 동료나 후배가 상부에 보고할 내용에 대해 검토 요청을 해오면 문구나 표현을 적절히 수정해 전달하고 깔끔하다, 고맙다는 인사도 받는다. 순간 내 안에 핑 도는 뿌듯함은 덤이다. 작지만 보람 있고 기분 좋다.


눈알이 빠질 것처럼 눈이 아프고 피곤해도 아직 목마르다. 갈 길이 멀다. 알에서 깨어나려면 더 많이 읽고 생각하고 내뱉어야 할 것이다. 다 기억할 수 없기에 읽고 생각한 것을 기록으로 붙잡아야 하는데 이 부분도 미진하다. 스치듯 지나가 버리니 읽는 만큼 새겨지지 않아서 깊이가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갖고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불안한 직장생활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서늘한 말에 지푸라기 잡듯 시작했던 글쓰기가, 느리지만 한 땀씩 새끼줄로 엮여가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는 또 하나의 줄이다. 놓지 않고 지치지 않고 오래 이어나가고 싶다. 그러려면 목, 어깨, 팔꿈치, 손목까지 이어지는 스마트폰 증후군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 것이 필수겠다. 바른 자세로 체력을 기르고 유지하는데 힘써야겠다. 이쯤 되니 글쓰기가 건강관리까지 이끌어주는 듯하다. 마음을 건강하게 해 주는 건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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