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처럼 달콤하게,
사춘기 아이 살피기

by 눈썹달

요즘 퇴근하고 일찍 집에 와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데, 이 시간이 참 좋다.

여자아이는 찾아와서 조잘거리지만 남자아이는 찾아가야 한다. 고맙게도 찾아오는 엄마 아빠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아이는 방문을 열어두고 있다.

사춘기 아이의 많은 것들이 궁금하지만 간섭은 금물이다. 내 마음대로, 내 방식대로만 하려 하면 아이는 금세 저만치 멀어지고 만다. 아이의 생각과 라이프스타일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지켜보며 대화를 많이 하려 한다.

첫째같이 빙하처럼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수면 아래에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내성적인 아이는 본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 하고 잘 들어주어야 한다고 했었다. 새로 시작한 중학교 2학년의 하루는 어떠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는지 매일 듣고 싶다. 듣고 공감하며 내 이야기도 해주고 싶다.

그래서 요즘 저녁마다 아이방에 찾아간다. 그냥 벗어 제쳐놓은 옷과 양말, 두서없이 놓여있는 물건들, 먹고 그대로 둔 생라면의 흔적... 눈에 거슬리는 것 투성이고, 맘먹자면 잔소리 백 마디도 쏟아낼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아이를 먼저 살피고 오늘 피곤했지, 고생했다 토닥여준다.




오늘은 아이가 안방에 와서 첫째와 둘째 그리고 나. 셋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가지고 있던 초콜릿을 꺼내 주며 이런저런 이야기 운을 띄웠다. 달콤한 초콜릿을 입에 넣으며 마음도 열린다. 질문하지 않아도 술술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 과학선생님은 목소리가 굉장히 하이톤이라서 가끔 화내실 때 무서우면서도, 노래 잘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학선생님은 반대로 완전 저음이신데, 화를 안 내셔도 진지한 말씀하실 땐 좀 무서워요.

- 1학년 신입생이 엄청 많아요. 점심 먹고 친구들이랑 학교 탐방했었는데 1학년은 반이 5개나 되더라고요.(2학년은 3개 반임)

- 학교에 매점이 없어요.(아니 그 좋은 게 왜 없지?)

- 오늘 수학 시간에 파이값 숫자 50까지 외웠어요. OO 이는 진짜 영재인가 봐요. 파이값을 200까지 외우더라고요? 저는 공부머리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공부는 그냥 그래요. (미안하다...)

- 체육선생님이 약간 연세가 많으셔서 요즘 수업방식으로 진행하는 걸 어려워하시는 것 같은데 어딘지 좀 재밌어요.

- 반에 전학 온 애가 있는데 좀 엉뚱해서 웃겨요. 혼잣말 같은 말을 되게 크게 말해요.

- 반 애들은 전체적으로 순둥순둥 하고, 남자보다 여자가 많아요.

- 선생님들은 거의 다 여자분이에요. 남자 선생님이 거의 안 계세요. 그나마 계시던분들은 5년 되셔서 전출 나가셨어요.

- 급식에서 닭강정이 맛있었어요. 먹기 싫으면 급식 안 먹어도 돼요. 아침을 먹고 학교 가면 1교시는 너무 졸려요.

- 요즘 제가 자주 듣는 음악인데 한번 들어보세요. 되게 좋아요. (음. 팝송이네. 그루브 있는 음악을 듣는구나)

- 방송에서 얼공(얼굴 공개)은 안 할 거지만 프로필에 사진은 해 놓으려고요. 그래서 내일은 사진을 좀 찍을 거예요.(유튜브나 스트리밍 방송에 관심이 많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은 그 사실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이야기할 때 전해지는 느낌에서 마음 상태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곤란한 일이 있다거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거나, 고민을 가지고 있으면 말할 때 얼굴에 스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소소한 이야기도 유심히 살피며 들으려 노력하게 된다. 다행히 편안해 보였다. 오빠가 말할 때 둘째도 옆에서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첨언하거나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더 풍성하게 해 주었다.


초콜릿도 달고 내 보물들도 달고 반짝였다.


늘 걱정이 앞서지만, 내 걱정만큼 약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나름 잘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을, 앞으로도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부모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싶다. 더 깊게 살펴보고 아껴주고 생각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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