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는 되지만
마음으로는 안 되는 일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by 눈썹달


명절 연휴 전날은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한다.

일이 많은 때는 그 오전 근무가 오후 2~3시까지 이어지기도 했었지만 작년부터 지금까지는 그야말로 오전이면 일이 마무리되었다. 점심때쯤 퇴근 인사를 하고 명절 잘 보내라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회사를 나서니, 꿀 같은 평일 낮 시간이 나를 유혹했다. 이대로 집에 가기 어딘지 아쉬운데... 집 도착하면 애들도 학원 갈 시간이니, 조용히 카페에서 책 좀 읽다가 집에 갈까? 서점을 좀 들를까? 쇼핑몰 구경이나 하다 갈까...?


에이. 아니다. 그래 봐야 오래 있지도 않을 거야. 집에 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책 읽다가 낮잠 자자.

바로 집으로 왔다. 큰아이는 학원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둘째는 이미 학원 수업 중이었다. 뜻밖의 시간에 엄마가 오니 더 반갑게 맞아주는 아들. 뭐라도 먹고 가야 할 텐데 입맛이 없다고 해서 샐러드를 챙겨주었다. 아들을 배웅한 후 어머니와 식사를 하고 청소기 한번 돌리니 둘째가 집에 도착했다.


현관 앞에서 둘째의 귀가를 맞아주니 마스크를 쓴 얼굴을 비집고 환한 웃음이 번진다. 명치가 아프도록 팍 안기는 딸. 정말 이 시간에 엄마가 있네? 진짜 일찍 왔네?!! (바로 집으로 오길 잘했다.) 집에 들어오는 문 앞에서 엄마를 보는 일이 너무 신기하다는 듯 좋아하고 신나 했다. 그토록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좋으면서 미안해졌다.




시간이 애매하여 딸에게도 샐러드를 챙겨주었다. 소스와 섞어주고 먹여도 주고, 오물오물 맛있다며 한입 가득 먹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 주니 엄마가 이렇게 매일 집에 있으면 좋겠다 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나도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아이의 기분은 하늘은 나는데 내 마음은 아릿하고 짠했다. 할머니가 계시지만 하루 종일 엄마 아빠가 없는 집에 있는 아이의 하루,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까...


지금까지 아이들 키워오면서 맞벌이하는 현실에 속상할 때가 참 많았다. 그 과정들을 겪으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 앞에 금세 단호한 마음을 갖는 연습이 되었다. 짠하고 미안한 마음을 접어 넣으며 딸아이에게 말했다. 사람은 일 할 수 있을 때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엄마는 아직 젊고 너희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일을 더 해야 한다고. 그랬더니 딸이 말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은퇴라는 걸 해서 일하지 않는 때가 오니까?"


"그래 맞아. 어차피 나중에는 일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들어져. 우리 딸 은퇴도 알고 제법인데?"


딸아이 입에 묻은 샐러드 소스를 닦아주었다. 마냥 떼쓰던 시기를 지나 언제 이렇게 컸는지.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아직도 꼬순내나는 어린것에게 나는 또 한 번 마음이 찌릿했다.


명절 연휴까지 거리두기가 이어져 이번에는 친정에도 가지 못하게 되었다.

정말 오롯이 우리끼리만 보내는 나흘간의 연휴. 맛난 음식 만들어 먹으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해봐야겠다. 딸아이가 원하는 온 가족 보드게임을 포함해, 집에서 영화보기, 서점가기, 산책하기...!

평범하지만 따뜻한 휴식을 보내야지.





이전 07화아이들의 언택트 생활을 언택트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