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언택트 생활을 언택트 했다
워킹맘의 뒤늦은 반성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오늘 휴무인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깐 통화 가능해?"
묻는 목소리에서 뭔가 무거운 얘기가 나올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뭘까.
아이들의 온라인 학습 태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종종 온라인 조회에 지각하는 큰 아이도 문제였지만 한 번도 지각하는 일 없이 똑 부러지게 알아서 잘 참여하던 둘째마저 최근 지각을 하기 시작하고 화상수업에 임하는 태도도 매우 산만해졌다는 것.
여러 집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집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은 엄마인 나이기 때문에, 학습에 관련된 문제가 제기될 때면 내 잘못인 것만 같아 자책부터 든다. 남편은 그저, 자신은 봤지만 나는 못 본 그 광경을 전하고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으니 방법을 찾아 함께 해 나가자는 뜻이었지만 말이다.
애초에 철저히 챙기는 성격도 못되었지만, 내가 요즘 아이들 챙기는 것에 더 해이해진 것은 사실이다.
학교도, 학원도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아이들이 집콕 생활을 하게 되어 등교 때만큼 챙겨야 할 것들은 줄었다고 생각했다. 선생님께서 따로 연락을 주시지 않으면 문제없이 수업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첫째는 이미 휴대폰과 손이 한 세트가 된 지 오래고, 온라인 수업이 더 늘어나면서 컴퓨터를 매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에게는 학교와 학원의 온라인 수업이 끝나면 핸드폰 사용을 허용했다. TV도 아무 때나 볼 수 있게 그냥 두었다. 나는 나대로 올해 시작한 일들이 있어서 남는 시간이 생기면 그 일에 더 정성을 쏟았고, 하나에 집중하니 다른 하나가 소홀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어린 둘째가 매우 산만해졌다는 말에 마음 한편이 쿵. 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잘했던 아이가 산만해지다니. 온라인 학습이 등교 때보다 챙길게 덜하다는 것은 착각이었다. 재택 근무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우리 부부는 업무 특성상 매일 출근하고 있고, 모든 게 언택트 되다 보니 아이들의 학습 일과는 그냥 놔두면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내용을 배웠는지, 과제가 있는지, 따로 준비할 것은 없는지,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 엄마가 봐줄 건 없는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절대 해이해져서는 안 되는 부분이었는데 내가 편한 쪽으로만 안일하게 생각해왔다는 것이 정말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지각한 중1 큰애는 따끔하게 혼냈지만 초3 둘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어리니 더 신경 써 주었어야 했는데. 학습도 학습이지만 아이들이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게 도와줬어야 했는데... 잘 타일러 얘기하고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TV, 휴대폰 사용에 제한을 두고 학습에 초점을 맞추는, 기본에 충실한 통제체제를 다시 갖출 생각이다. 매일 퇴근 후 일과에 아이들 학습 확인하는 시간을 꼭 갖도록 해야겠다. 집중력을 흩트리는 미디어 매체 사용에 제한을 두겠다고 하니 딸아이가 울음을 터트렸지만 어쩔 수 없다.(그만큼 익숙해져 버린 것...)
어느 정도 제재를 가하고, 잘 따라주면 소소하게 보상해주는 방법. 그리고 주말에 많이 놀아주는 것 외에는 어떤 방법이 좋을지 잘 모르겠다.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나로서.... 변화에 적응하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머릿속이 바쁘지만 다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니, 어려워도 주도면밀해지도록 노력하기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