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박적 루틴이 내게 남긴 것

by 눈썹달


밤 11시에 잠들면 아침 5시에도 일어나기 힘든 몸이구나. 못 일어날까 봐 여러 개 연달아 맞춰놓았던 휴대폰 알람 끄기를 반복하다 5시 35분에 겨우 일어났다. 날씨가 쌀쌀해져서인지 코끝이 시큰한 느낌이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밤 10시쯤 자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1시간 남짓 조용히 홀로 시간을 보내고 출근했었다. 내 시간에 대한 갈망이, 새벽의 고요함이 나를 그렇게 움직이게 만들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안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전날 밤에 다음날 새벽 1시간의 계획을 세우며 열심히 그 시간을 사수했었다. 아침 일기 10분, 운동 30분, 독서 20분 등... 계획대로 하든 못하든 고요 속 나만의 시간은 쉽게 지치는 일상에서 나를 지탱하게 해 주었다. 일주일에 3~4번은 운동을 하게 만들었고, 일기를 쓰며 나를 돌아보게 했고, 책과 멀었던 나를 책 옆에 데려다주었다. 꾸준한 운동이 마인드 컨트롤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그때 알았다. 희한하게 하루 20~30분 운동을 지속하던 시기에는 웬만해선 기분이 다운되지 않았다. 나를 다독이는 일기 쓰기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일은 매일 같이 무너지는 나의 자존감을 다시 일으켜주곤 했다.


하지만 꼭 석 달쯤 지나면 해이해지는 순간이 왔다. 회사일이 길어지는 날이면 아이들을 챙기고 정리해야 하는 귀가 후의 일들도 연달아 미뤄지고 잠이 부족해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날들이 생겼다. 그토록 애정 하는 시간을 체력의 한계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속상했다. 그게 내 아침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져 전날 저녁시간 마무리를 재촉하는 모습이 왕왕 나왔다. 내 할 일은 내가 빨리 하면 되는데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까지 재촉하는 내 모습은 결국 후회로 남기 일쑤였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퇴근 후 집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그마저 재촉하는 엄마여야 하는가 반성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하자는 결론에 도달하여 그때의 루틴은 지금 나에게 없다.




돌이켜보면 다소 미련했던 구석이 있었다. 매일 왕복 3~4시간 출퇴근길에 하루 종일 근무하고 집에 와 아이들 챙기며 집안일을 정리하는 일과만으로도 상당히 고된 일이었는데... 거기에 속도를 더 붙이거나 잠을 줄이려 했다니. 간절하게 나만의 시간을 바랐지만 역시 무리가 되는 일은 지속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때 그 시간들이 나에게서 잊혀진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 이전의 날들과 비교하면 '틈틈이' '가능할 때 의미 있게'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나로 적잖이 변해있었다. 석 달 간격으로 그래도 1년 이상 아침 루틴을 지속했었다는 머리와 몸의 기억은, 강박을 내려놓으니 상황에 맞게 루틴을 쪼개고 변형시켜서 생활 곳곳 어느 시간이든 가능할 때 그냥 그것을 하게 만들었다. 시간을 통으로 떼내어야만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브런치 글쓰기부터 올해 새롭게 도전하게 된 또 다른 일도 그렇고, 일기 쓰기, 책 읽기 모두 어느 순간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중요했다. 그것을 위해 시간을 따로 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오히려 마음을 급하게 만들고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실망감이 쌓여 실행을 발목 잡기도 했다.


'루틴이 깨져버렸다'라고 했던 표현을 '루틴이 일상 전반에 스며들었다'라고 스스로 정정했다. 지속했던 루틴이 지켜지지 않을 때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대신, 하루의 곳곳에 재배치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완벽하지 않아도 어떤 형태로든 이어나갈 수만 있다면 의미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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