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딸이 제안했다.
"엄마, 청소 끝나고 밥 먹고 우리 같이 운동 나갈까?
나 키커야 하니까 줄넘기 좀 하고 배드민턴도 하면 어때?"
오호. 그럴까?
평상시 같았으면 '엄마 청소하고 나면 체력 떨어져서 안돼. 운동은 다음에 하자.' 했을 수도 있는데 오늘은 볕이 너무 좋았고 공기도 좋아서, 체력 걱정보다 딸과 함께할 생각에 콧바람이 드는 것 같았다. 게다가 자기 방 청소하고 거실 청소까지 돕겠다고 하니 어찌 거부할 수 있으랴.
집안일을 마치고 간단히 식사한 후 우리는 손을 맞잡고 아파트 단지 안 공원으로 나갔다.
살짝 신이 난 기분과 달리 바람이 꽤 세게 불었다. 야외에서 배드민턴 치기는 무리였다. 그래도 바람이 잔잔해질 때 한 번씩 공을 주고받았다. 딸이 아직 배우는 단계여서 공은 두 번 정도 우리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바람이 거셀 때는 줄넘기로 종목을 바꾸었다. 오랜만에 하는 거라 무리되지 않게 50번씩 네 세트 뛰었다. 목표는 500개였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기억되면 다음에 안 하겠다고 할까 봐 오늘은 200개만 했다. (나는 하려면 더 할 수도 있었다... 진짜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팥빙수를 먹으러 근처 카페에 갔다. 운동만 하고 집에 들어가기 내가 좀 아쉬워서 카페 가자고 제안했고 팥빙수에 딸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런데 팥빙수는 계절메뉴여서 아직 판매하지 않았고 대신 망고 스무디와 커피, 마카롱 2개를 함께 먹었다. 딸이랑 같이 이런 시간을 보내니 마음이 참 포근하고 좋았다. 조잘조잘 떠들며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쉴틈 없이 제안하고, 수만 가지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딸아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에 꽃이 피는 것 같았다.
그동안 주말에도 글 쓴다, 콘텐츠 만든다 하며 혼자만의 일에 빠져 마음 바쁘게 지내왔다. 그런데 오늘 정말 중요한 것,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어떤 일들에 매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가물고 척박해진다. 내가 그렇게 된 줄도 모르고 지내고 있었다. 딸과 오롯이 함께한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이 촉촉해짐을 느꼈다. 혼자 몽글몽글해진 마음으로 딸에게 나중에 읽고 싶은 책 가져와서 카페에서 엄마랑 책 보면서 놀자고 제안했는데 빠르게 거절당했다. "엄마, 책 읽는 건 노는 게 아니잖아. 나는 그냥 노는 게 좋아."
정리하자면 오늘 우리는 40분 정도 설렁설렁하게 운동하고, 소모한 칼로리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운동은 코빼기만큼 하고 더 많이 먹었다고 하니, 딸이 웃으며 그래도 운동 안 하고 먹는 것보다 운동하고 먹었으니 괜찮다고 했다. 벌써 다이어트에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과 같은 시간을 계속 갖고 싶어서 우리 집 주말 배드민턴 클럽을 만들었다.
아들은 클럽 얘기를 듣더니 이불을 뒤집어썼고, 남편의 의사는 아직 묻지 못했지만 어쩐지 앞으로 나와 딸만 회원일 것 같다. 그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