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지겨워질 때 즈음 찾아오는 휴식의 시간
매년 휴가 때마다 휴가에 대한 글을 한편 씩 쓰게 되었던 것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휴가를 맞이했고, 주말 포함 9일의 하계휴가가 지나가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공식적인 휴가 기간을 늘 7월 말 1주로 지정하여 전체 휴무를 실시한다. 초 성수기에 일괄 휴가라니 참 비효율적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바이어의 holiday 시즌에 쉬는 것이 일의 흐름 상 맞고, 휴가 기간이 주말 포함 5일이었던 시절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지금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 기간에 업무를 해야 할 사람들은 부분 근무 또는 전체 근무를 하고 개별 휴가 일정을 갖지만, 비서 업무를 겸하고 있는 우리 소팀은 보스가 쉴 때 쉬어야 하기 때문에 전체 휴가 일정에 맞춘다.
수차례 맞는 여름휴가인데 언제부턴가 이 휴가 시점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겹고 무료하고 별 이유 없이 쉽게 지칠 때 즈음 귀신 같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주임 대리 시절의 오래전 얘기지만, 당시 있던 부서에서 그야말로 기계 부품처럼 한 곳에 박혀서 해도 해도 쌓이기만 하는 업무량과 좀처럼 내 게는 업무 로테이션 기회가 오지 않음에 지치고 지쳐 선임에게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목에 차서 결국 터지듯 나와버렸는데, 그런 나를 보고 선임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곧 여름휴가이니 일단 푹 쉬고 복귀했을 때에도 같은 마음이면 그때 정식으로 보고하고 수순을 밟자고 했다.
당장 결론 내고 싶은 마음을 뒤로한 채 가족과 함께 휴가로 캠핑을 떠났고 쉬는 동안 남편과 대화 많이 하면서 내 생각도 정리해보았다.
사실 정리할 것도 없었다. 돈이 필요한 건 변함없는 현실이었으니 이곳을 그만둔다 해도 일은 해야 했다. 혼자 도전할 만한 무언가도 없었고, 다른 곳으로 옮길 바에야 다니던 곳에 있는 것이 나았다. 그저 벅찬 업무량과 오랜 야근에 지쳐 그만하고 싶었을 뿐 대책 없는 징징 거림이었다.
선임에게는 내가 쉬어야 할 때라는 것이 보였었나 보다. 쉼은 나에게 휴식이 부족했음을, 일에 너무 치이다 보니 생각이 극단으로 치달았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덕분에 휴가 후에는 언제 그랬었냐는 듯 리프레쉬된 몸과 마음으로 다시 업무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섣부른 나의 퇴사 선언을 그대로 수락하지 않고 시간을 주었던 그분이 고맙다.
지겨워질 때쯤 휴가가 오는 건지, 오랜 직장생활 사이클에 몸이 맞춰져서 휴가 올 때가 되어 지겨워지는 건지 헷갈리지만 이번에도 일이 하기 싫다 느껴질 때 휴가가 시작되었다.
무더운 날 속에 방학을 맞은 아이와 우리 부부는 이번에 진도와 담양으로 조촐한 여행을 다녀왔다. 여전히 마스크는 써야 했지만 그래도 탁 트인 바다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물놀이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단순한 시간들이 참 편안하고 좋았다. 3박 4일의 일정은 별 거 없는 느린 여행인 듯했지만 어느새 지나 꿈같은 시간이 되었고, 우리 가족의 추억 상자 속에 켜켜이 쌓였다.
이제 이틀의 휴가를 남겨 놓은 지금, 다시 열심히 살자는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다.
비록 식욕의 고삐가 풀려 2킬로그램이나 증량되었지만 빼면 된다고, 다시 열심히 운동하자는 내적 파이팅이 일고, 무엇이든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마치 2차 전을 맞이하는 승부사처럼.
매일 같은 패턴의 일상과 시간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는 일. 휴식은 삶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다면, 노력해도 심신 컨트롤이 잘 되지 않고 무기력해진다면 쉬어야 할 때다. 쉴 수 있을 때 잘 쉬어야 걸어야 할 때 잘 걷고 뛰어야 할 때 잘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