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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Apr 13. 2023

앞도 보고 뒤도 보는 거야 연진아

업무 미팅을 했다. 좋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고 이것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일이라서 빌드 업 하듯 단계를 계획해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지금 그 과정에 있는데 사실 그 일은 스타트 시점에서부터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 당시 실수가 있었던 듯하다. 그것이 너무 명확하여 룰을 깨는 반전이 있어야만 진전이 될 텐데 그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문제다.


풀어나갈 방법을 찾는 과정 중 한 가지 사항을 준비하기 위한 미팅이 있었는데, 접근법을 의논하다 스타트하던 때에 간과되었던 부분을 얘기하게 되었다. 그러자 미팅을 주재하신 분께선 냉철하게 말씀하셨다.


"현재 우리가 처한 이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지난 일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맙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박연진, 엄마가 전에도 말했지?

뒤돌아 보지 말라고.

해결책은 뒤에 없어. 늘 앞에 있어.

인생은 그런 거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악녀 박연진의 엄마가 한 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게 가장 단순한 해결책은 앞이 아니라 뒤에 있었는데, 뒤돌아보고 타인을 헤아릴 줄 모르는 그들은 그저 앞만 보며 계속 악행을 저질렀다. 그런 사람에게서 이런 명언이 나오다소름 끼쳤지만, 말 자체만 두고 보면 맞는 말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이미 벌어진 일을 곱씹기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도움 될 때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에서는 더욱.


내가, 동료가, 혹은 팀이 의사결정을 잘못하여 생긴 문제는 그 잘못과 실수를 곱씹어봐야 소용없다. 시간을 돌려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때 왜 그랬는지를 따질 시간에 이미 벌어진 그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오는 그다음에 짚어도 된다. 상황에 도움 되지 않을 얘기를 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우리가 처한 이 상황도 지난 일을 얘기할 게 아니라 현재 기준 무엇을 준비해서 해결하고 나아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되 우리는 연진이도 사라도 재준이도 아닌 선량한 사람들이니까, 나아가는 길에서 나와 주변을 틈틈이 돌아보자. 과오를 짚고 넘어가자. 잘못했을 땐 반성하고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도 하며 갈 수 있기를. 일을 해결할 때는 앞을 봐야 하지만 동시에 지나온 길도 돌아봐야 한다. 누군가를 다치게 거나 혹은 누군가로부터 내 마음이 상하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정리하자. 그래야 비로소 제대로 앞으로 갈 수 있는 거야 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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