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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Mar 18. 2023

나는 비전문가다

안 해 본 일에 주눅 들지 않기

요즘 나에게 주어지는 생소한 분야의 업무들로 머리가 어지럽다. 대표께서 외부 단체의 큰 직책을 맡게 되면서 직책 활동에 따라 그동안 업무에서 해 보지 않았던 일들이 시작되었다. 아직까지도 참 일복 있다.


기존 업무 외에 해야 할 일이 늘어나 바쁜데, 그 해야 할 일이 너무 새로워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접근법과 방향도 잘 모르겠는데 주변 다른 분들도 실정은 비슷해서 맨땅에 헤딩하듯 이리저리 찾아보고 조언도 구하며 일을 하고 있다.


판단할 일들이 많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쉽게 지친다. 그것을 신경 쓰는 동안 처리해야 할 다른 일들이 메일함에 차곡차곡 쌓인다. 회신이 늦어지니 메일의 발신자로부터 재촉이 온다. 급한 거 처리하다 다시 생각하다 또 찾아보다 어느새 퇴근시간이 훌쩍 지나 있을 때면 나도 모르게 자괴감이 든다. 내일 진척사항을 뭐라고 보고하지.


일이 어렵거나 서툴러서 잘 안 풀리면 내가 일을 못해서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안 해봤으니 경험치가 없어서 조금 부족하고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한데 그걸 스스로가 망각한다. 성급한 마음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처음에는 하면서 배우게 된다'는 일의 기본을 자꾸 건너뛰게 만든다.


그러므로 처음 해보는 일 앞에서는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어야 한다.


이 일에서 나는 지금 아마추어다.

나는 비전문가다.

전문가처럼 해내려고 애쓸 필요 없다. 그럴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안되면 도움을 요청하자.

내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살면서 언제 이런 일을 해보겠나 하는 마음으로 자세를 부여잡았지만, 무슨 자료를 어떻게 만들어야 좋을지 몇 시간째 눈알이 빠지도록 모니터만 보다 퇴근하는 길. 오늘 뭐 했나 싶어 기운이 쭉 빠졌다. 왜 일은 늘 한꺼번에 오는지. 하루는 왜 이리 빨리 가는지.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에게나 처음은 불편하고 낯설고 어렵다. 일이 나보다 저 앞에 있어 한참 뒤쫓아가야 하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낯선 일 앞에서 쭈뼛거리면 그것이야말로 잘 못하는 것이다. 나는 비전문가임을 상기시키고 첫걸음부터 하나하나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다만 오랜 경력자에게 일 앞에서 '처음'이 통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처음'은 곧 핑계가 될 것이기에 길게 붙들고 있을 수 없다. 지금은 힘들지만 하다 보면 나아진다는 믿음으로, 엉덩이 빼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히 해보자. 그 시간을 거쳐 경험이 쌓이면 다음은 조금 쉬워지고, 패턴이 잡히면 더 수월해질 것이다. 그렇게 일의 주도권을 잡게 되면 나는 또 하나의 업무 스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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