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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Jan 20. 2023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익명게시판에 올라보니

직장인 익명게시판에 최근 내가 속한 부서와 연관된 글들이 올라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직장인들이 어려움을 털어놓고 해소하는 공간이라고 알고 있지만 딱히 그곳에 글 쓸 일 없고, 몸 담고 있는 회사 당장 그만둘 것도 아닌데 회사에 대한 나쁜 말들 자꾸 들어봐야 자괴감만 늘 뿐 정신건강에 좋을 게 없다고 생각되어 아예 들여다보지 않았었는데 우리 부서 얘기라니 궁금하여 오랜만에 들어가 보게 되었다.


회사의 규정대로, 지시대로 처리했을 뿐인데 사측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우리 부서를 관통하고 있었다. 내용으로 봤을 때 업무 사정이나 전후 상황을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불만을 담아 개선을 요구하고 있었고, 그 글 아래로 공격성 댓글과 대댓글이 이어지고 있었다. 팩트만 걸러서 보면 왜 그런 불만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되기도 했지만, 부서와 특정인을 향해 몇몇 사람이 던져놓은 말들은 아무리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마음을 다치기에 충분했다. 그런 게 아닌데...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닌데. 나름 열심히 해왔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담아두지 말자고 얘기했지만 팀원들 어깨가 처지는 것이 보였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그동안 고민하고 나름 배려하며 처리했던 일들이 어디에도 닿지 못한 건가 싶은 마음에 맥 빠지는 심정이 되었다. 그렇잖아도 다들 한참 힘들 때인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괜찮다. 속상했지만 해당 글에 담긴 감정을 거둬내고 불만사항에 대해 다시 보니 시스템적인 문제들이어서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오해가 깔려있기도 했지만 그곳에 해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 동료 입장에서 한편 바라는 바가 언급된 부분도 있었다. 훅 들어온 돌에 출렁였던 마음이 다시 차분해졌다. 


익명게시판에는 그 외에도 회사 혹은 누군가에 대한 이렇다 저렇다 말들이 참 많았다. 대놓고 하기 힘든 불만을 얘기하는 공간이다 보니 표현이 거칠고, 잘못 인지한 채로 오가는 텍스트들이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증폭시키는 면도 있었다. 회사? 정말 복지 잘 되어있고 시스템 좋은 회사 아니고선 이쁜 구석보다 미운 구석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렇게 불편한데 왜 다니고 있나. 여전히 속해있으면서 계속 불평불만을 얘기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짜증을 가중시키고, 타인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일이다. 


버티기를 택했다면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을 봐야 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불만이 있어도 입 닫고 일하자는 게 아니다. 불편사항, 개선을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확인 작업을 거친 후에 제대로 건의했으면 좋겠다. 그 정도 성의는 있어야 불만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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