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의 힘

삶의 또 다른 원동력

by 눈썹달


나도 요즘 부캐의 즐거움에 빠져있다.

티브이 예능에서처럼 캐릭터 놀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풀어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브런치에서 나는 글 쓰는 '작가'가 되었고(많이 부끄럽지만...) 내 글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주는 기분 좋은 알람을 들으며, 나의 다음 글을 봐주시겠노라 구독해주는 분들이 한 명씩 느는 것을 보면서... 이제야 갖게 된 부캐, 작가 드니워니 이름 속에서 실로 오랜만에 신이 난다.


원래의 캐릭터는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18년 차 직장인을 겸하고 있다. 늘 '이렇게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고 막연하게 뭔가를 더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했고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 뭘 해야 좋을지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내가 희미해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맡고 있는 캐릭터로써의 나 말고, 그냥 '나'라는 존재. 내가 하는 생각,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들을 제대로 표출할 곳이 없었고 나조차 내 안의 것들을 쉽게 망각해갔다. 꺼내놓지 못하고 자꾸 잊는 것이 싫어서, 풀어내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된 듯하다.




어디든 써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막연함에 가려진 것을 실제로 끌어낼 수 있다면.

그렇게 브런치에 도전하게 되었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온전히 나의 갈망으로 얻은 이 햇병아리 부캐가, 특별할 것 없는 인생을 위로하며 나를 다시 일으키고 있다.



애초에 정답은 없었다. 그래서 자유의지를 마음껏 발휘하여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 이후가 무척 중요해진다. 최선을 다해 그 길을 정답으로 일궈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어느 날 돌이켜봤을 때 그때 그 선택을 참 잘했다고 만족하는 것을 넘어,
무엇을 택했건 그 이후의 자신의 태도와 노력에 스스로 박수를 보낼 수 있다.

불안이라는 위안, 김혜령 44p



자유의지로 시작했지만 나에게 '작가'라는 호칭은 아직 저 멀리 아련한 곳에 꿈으로 자리하고 있다. 갈 길이 멀다. 그 곳을 향해 매일 생각하고 기록하고 조금씩 쓴다. 전에 써놓았던 글을 다듬고, 떠오르는 생각을 헤드라인으로 붙잡아두고, 출근길 퇴근길 지하철에서, 점심시간에, 아침저녁 남는 시간에 쓰고, 수정하고 정리한다. 쓸 수 있는 장이 마련되니 생각이 팡팡거린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을 보고 아들이 말했다.

"엄마가 작가로 도전하는 것을 보니까 저도 뭔가 목표를 세워서 이뤄보고 싶네요." (말 뿐인 거 안다만.)


어쨌든 나의 선택이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도 주고 있으니 이 또한 하나의 정답이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꾸준히 일궈나가고 싶다.



*사진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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