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플로리스트인 학교 후배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미안하게도 나는 꽃에 인색하여 후배의 매출에 개인적 기여는 거의 없지만, 업무 상 한 번씩 꽃이 필요할 때는 가능한 후배에게 부탁하려 한다.
후배는 내 상황과 내 속내를 그대로 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생각이 깊고 명확하며 가치관이 분명하고 유머감각도 있다. 기억력이 정말 좋아서 내가 잊고 사는 나의 과거사를 대신 기억해주기도 하는 친구. 우스갯소리로 너는 나의 치부까지 기억하고 있는 게 많아서 나와 평생 가야 한다는 말을 한적도 있었다.
꽃 주문은 간략하게 끝내고 요즘 어떤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나는, 워라밸을 늘 원했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갑자기 ‘워(Work)’가 80%쯤 중단됐다.. 일을 만들어서라도 하긴 하는데 한번씩 뭉텅이로 찾아오는 한가한 시간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가시방석 앉은 듯 불편하다... 밸런스는커녕 '라(Life)'에 대한 불안감으로 승모근이 바짝 섰다며 토로했다. 후배도 거들며, 마스크를 하루 종일 쓰고 있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니 매일 두통이 오고..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사각 어깨인데 자기도 승모근이 서서 요즘 숄더백이 어깨에서 자꾸 미끄러진단다. 짜증 나서 크로스 백을 맨다고 했다. 문득 후배의 어깨에서 숄더백 미끄러지는 모습이 상상돼 웃음이 나면서 동시에 뭉클해지고 더 보고 싶어 졌다.
이런 근황 토크, 마구잡이식 수다가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잠시 후련했다.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그 속에 불안함과 답답함도 가리며 지내고 있었는데…. 너도 승모근이 섰구나. 나 이래서 힘들어... 너도 그렇구나…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마음 한편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더 만나고 싶어 진다. 얼마 전 후배가 SNS 계정에 올린 그 조개 볶음에 소주 한잔 딱.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더 깊어진다. 그러면 우리의 승모근이 조금은 부드러워질 것 같다.
하지만 이 마음 저장만 해두자. 출력은 나중에.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마스크 쓴 얼굴이라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반가움과 기쁨마저 그 속에 감출 수는 없을 테다. 쌓아두었던 마음들을 풀컬러 고속 출력할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