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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Jan 15. 2024

맷집이 강하다는 말의 실체는

최근에 읽은 정동식 님의 책,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다.


"최선을 다해 사는 시간들이 모이고 모이면 삶에 대한 맷집이 생긴다. 배짱이 두둑해지고 웬만한 어려움은 씨익 웃어넘기게 된다." _ 프롤로그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 중에서.



이 문장을 읽으면서 생각난 사람이 한 명 있다. 어디서든 '맷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떠오르는, 나와 가까이에서 근무하는 직장 동료이자 후배다. 정동식님은 인생의 맷집을 얘기했지만 나는 업무에서의 맷집이 떠올랐다.


후배는 경영자를 보필하는 비서로서 오랫동안 일해오고 있다. 그가 오기 전까지는 6개월~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사람이 바뀌었다. 경영자는 급하고 불같은 성격에 디테일하기까지 했고, 성에 차지 않으면 벼락치듯 혼을 내곤 했다.(욕설이 포함되기도 했고) 그런 성향임을 알고 업무에 임해도 도무지 적응하기 힘들 만큼 긴장이 지속되니 오래 견디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몇 년 전 후배가 그 자리에 입사했다. 물론 그도 일을 배우고 적응하기까지 눈물 콧물 엄청 뺐다고 한다.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듣고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회사에 피해를 준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하며 쫄아서 일해야 하나 생각도 많이 했었다고. 그랬던 그가 그렇게 힘든 시기를 실력으로 수렴시킬 수 있었던 건, 그 상황 안에서도 늘 '왜'와 '어떻게'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 왜 저렇게 화를 내시는 거지?

2) 뭐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거지?

3) 다음에 이런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을까? 

4) 미리 조치해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왜'에 해당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역지사지다. 내 입장이 아니라 그분 입장에서 내가 한 일에 뭐가 부족했던 것인지, 어떤 게 불편했던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 화를 내는 것에 기분이 상했다가도 무엇이 문제였을까 생각해 보면 본인 생각이 미치지 못한 부분이 한두 가지는 있었다고 했다. 


원인이 파악되면, 설령 그게 '쳇, 뭐 그런 것 가지고.'하는 마음이 들지언정 원인이 거기에 있다면 그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메모를 해 두고, 다음에는 그것을 꼭 반영했다고 한다. '어떻게'에 해당하는 세 번째와 네 번째 질문을 통해 개선 방법을 찾았다. 같은 상황이 발생되지 않게, 경영자가 두 번 세 번 말하지 않게 구멍을 메우는 식으로 해 나간 것이다. 


그렇게 깨지고 고치고 보완하며 '맷집'을 제대로 키워 온 시간이 쌓이니, 어느덧 회사에서 경영자를 제일 잘 이해하는 사람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경영자도, 주변 사람도 모두 그를 인정한다. 그만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는 비서로서의 적합한 실력을 갖추게 해 주었다. 지금의 그는 어쩌다 큰 소리가 나도 해야 할 일 하면서 적절히 대처한다. 어느 정도 긴장감은 있지만 여유가 느껴진다. 


맷집이 커졌다, 맷집이 세다 이런 말은 결국 무엇이든 맞닥뜨릴 실력이 높아진다는 뜻이 되는 것 같다. 두들겨 맞으면서 꿋꿋이 버틴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많은 상황을 경험하고 겪어내며 내공이 커진다는 말에 가깝다. 오늘의 일에서 교훈을 얻고 내일의 일을 개선하는데 힘쓴다면 우리는 모두 맷집이 세질 거라고 믿는다.


*사진출처: 사진: UnsplashArisa Chatt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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